[식품명인체험 5] 5년 숙성 55% 이강주 도자기버전 발표

조정형 명인 “세계에 내놓을 명주 필요하다” 지난달 중순 서울 북촌 명인체험행사서 공개

2024-08-04     김승호 편집위원
지난달 중순 서울 북촌에 있는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이강주 체험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체험을 마치고 조정형 명인(중앙)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조선 후기에 나온 《동국세시기》, 《경도잡지》 등의 주요 세시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명주가 하나 있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상인집단은 지역간 교류의 중심역할을 맡았다. 또한 이들은 지역의 명주를 널리 전파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특히 증류주는 원거리 유통도 가능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이 술은 1882년 미국과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의 건배주로 테이블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전통주, ‘이강주’가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명성을 크게 얻었으니 육당 최남선은 해방 이후 쓴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나라 3대 명주 중 하나로 이강주를 적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전북 무형유산이자 제9호 식품명인인 조정형 명인의 ‘이강주’ 체험행사가 서울 북촌에 있는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있었다. 84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행사를 주관한 조정형 명인은 이강주의 역사와 명주론을 설명했고, 이어서 이철수 이강주 대표는 체험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각자의 이강주를 만드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강주는 증류소주에 배와 생강, 울금, 계피를 넣어 침출해서 만드는 술이다. 사진은 이강주 이철수(사진 오른쪽) 대표가 이강주 체험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강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배와 생강, 울금, 계피 4가지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배와 생강이 이 술의 이름이 된 것이다. 지금이야 남쪽 지방에서 울금을 많이 재배해 흔한 약재지만, 예전엔 매우 귀한 재료여서 진상품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래서 배와 생강으로 술맛을 잡았고, 약소주의 효능은 울금에서 얻었다. 숙취 없이 이강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적은 양이지만 울금의 효능이라고 조정형 명인은 말했다.

조 명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이강주는 군불 때는 저녁과 연결돼 있다. “집안의 식솔이 60명쯤 되었는데, 간혹 저녁에 군불을 때면서 소주 내리는 것을 봤다”며 “소주가 다 내려지면 여기에 배와 생강, 울금을 넣어 침출시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직접 침출하지 않고 증류소주와 부재료 침출액을 각각 만든 뒤 나중에 섞는 방식으로 이강주를 만들고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 제조법을 수정한 것이다. 증류소주는 쌀과 보리로 고두밥을 지어 알코올 도수 15% 정도의 발효원주를 만들고 이 술을 증류한 뒤 1년간 숙성한다. 배와 생강, 울금, 계피도 증류주에 넣고 각각 6개월에서 1년가량 침출시킨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비로소 이강주를 만들 수 있다. 숙성된 소주에 부재료 침출액을 비율대로 넣고 알코올 도수 25%로 맞추면 된다. 함유 비율은 배가 전체 100% 중 5%, 생강이 1%, 계피가 0.5%, 울금이 0.3%다. 

처음에는 알코올 도수 25%의 이강주만 만들었는데, 저도주에 대한 요구가 많아 19%의 술도 만들었고, 3년 숙성한 38%의 술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명주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5년전에 기획해서 알코올 도수 55%의 이강주를 도자기병에 넣어 500병 한정으로 명절 시즌에 맞춰 발표했다. 금도금 술잔 두 개를 넣어 소비자가격 18만 원이다. 이 술은 현재 이강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정형 명인은 세계적인 명주는 모두 숙성주라며, 우리 술도 장기숙성주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숙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명인이 생각하는 명주의 숙성기간은 최소 5년에서 10년이다. 그래야 맛이 어우러진 증류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강주는 5년 숙성한 알코올도수 55%의 이강주를 최근 발표했다. 조정형 명인은 숙성시킨 우리나라의 명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한 5년 숙성 55%의 이강주는 수출을 목표로 개발됐다. 현재 이강주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직판대리점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조 명인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요구도 같이 커지고 있어서 5년 숙성 이강주를 기획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 술이 싸구려로 대접 받지 않으려면 정성을 들이고 가격도 그에 걸맞게 책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55%의 이강주는 두 차례 증류를 통해 70%의 원주를 만들고 이를 5년간 숙성했다고 한다. 배와 생강 등의 부재료도 이 기간에 모두 3차례 넣었다. 그래야 이강주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명인의 이강주 설명이 끝나고 이철수 이강주 대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강주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동증류기로 미리 내려둔 소주를 참여자에게 배분하고 배와 생강, 울금, 계피도 각각 원하는 만큼 넣어서 병입하는 것으로 체험은 끝났다. 이렇게 만든 이강주는 최소 6개월가량 침출 시킨 뒤 넣은 부재료를 걸러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