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약한 한국증시 민낯…‘집토끼’부터 챙겨야

2024-08-12     이현우 기자

격동의 1주일을 보낸 글로벌 증권시장에서 또 한 번 한국증시의 허약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5일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 빠졌다. 한국증시 역사상 최악의 하루로 남을만한 기록이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4.3%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 폭탄이 쏟아진 것. 이날 하루 외국인은 무려 1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22조9000억원을 순매수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증시에 대한 밸류업 기대감 덕분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 확대는 한국증시에 이점도 있지만, 그만큼 글로벌 경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스크 역시 동반된다.

실제로 올 상반기 23조원 가깝게 순매수한 외국인은 경기 침체 우려 지표가 나오자 지난 한 주(8.5~9)간에만 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다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증시의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하고 밸류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국내외의 장기투자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투자 자금이 많을수록 변동성이 줄어 증시 방어력이 강해지고, 나아가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1400만명의 국내 개인투자자 자금을 잡아내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는 ‘셀(SELL)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인은 국내 시장에서 7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자금은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와 올해 신고가를 경신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주식으로 향했다.

이들은 한국증시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투자자다. 수익률에 민감하고 세금 등 각종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및 장기투자 세제 혜택 강화가 집토끼를 지킬 수 있는 방책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 과세대상은 개인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투자수익을 소득으로 정의하게 돼 배우자, 자녀 등 부양가족의 금융투자수익이 연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간접적인 세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 확대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지난 5년간 각각 80% 이상 오른 일본과 미국증시가 있었음에도 한국증시에 투자자가 남아있던 이유는 세금 부분에서의 메리트 때문이었다.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은 한국증시에 과세 부담이 커진다면 이전보다 투심이 더 악화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야당이 금투세 재논의에 들어갔는데, 개인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개선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의 장기투자 혜택을 늘리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 현재 개인이 장기투자로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수단은 3년 이상 유지 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도다.

한국증시는 지난 1956년 개장 이래 최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만성적 저평가를 극복하고 기업의 가치를 본궤도에 올리려는 정부와 민간기업의 의지가 타오르고 있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국회에서는 세금 문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지치는 것은 투자자다.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여야는 조속한 합의를 통해 금투세를 비롯한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밸류업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표현해 줄 때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