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부정대출 우리금융, 이제 와 ‘무관용 원칙’ 공표

임종룡 회장 “환골탈태 계기로 삼을 것” 부조리 직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2024-08-12     안소윤 기자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대규모 부적정 대출’ 적발 사태를 두고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관용 원칙을 기반으로 한 부조리 직원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뒤늦은 처사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12일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주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350억원 규모의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을 적발한 것에 대처하고자 마련한 자리다.
<관련기사: 본지 2024년 8월 12일 보도,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 부당대출>

이 자리에서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꿔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행장은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우리금융의 처사를 두고 업계에선 냉소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후 내부통제 체계를 재정비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땜질 처방을 반복하는 방식으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을때도 대대적인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잇단 금융사고 발생을 지켜봐 온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 매번 반복되는 내부통제 체계 개선 조치로는 단기간에 신뢰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횡령 사태로 인한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역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행장은 이날 오전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건의 관련인 대한 면직 등 인사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의지와 계획을 밝혔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