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우리은행, ‘계약만료’ 직원으로 꼬리 자르기 논란

전임 회장 연루 대형 사고 책임소재로 퇴사자 A씨에 면직·성과급 회수 처분 “내부통제 과정서 발견” 해명도 눈살

2024-08-13     안소윤 기자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 규모 부당대출건 중 다수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해 면직한 A 지역 본부장이 이미 퇴직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년간 부당대출을 저지르며 그릇된 실리를 챙기고 퇴직한 A 전 본부장에 대한 귀책 처분이 사후 면직과 성과급 일부 회수에 그친 것을 두고, 사태 파문이 임원진에까지 번지지 않도록 실무 직원 선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인사협의회를 개최해 A 전 본부장에 대한 면직 처리 및 성과급 회수 처분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 전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데 따른 사후 조치다.
<관련기사: 본지 2024년 8월 12일 보도,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 부당대출>

그런데 A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2일자로 계약이 만료, 퇴직금 정산 절차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해지할 직위가 없는 이에게 면직 처분을 내린 거다.

이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행의)지점장급 직원은 부실책임 규명 검사 실시 후 퇴직 처리되는 반면, 본부장 이상 임원은 임기 만료 시 계약 기간 연장이 되지 않는 경우 계약해지로 즉시 퇴직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 전 본부장의 계약이 만료된 직후였던 올해 1월 부실징후 여신에 대한 사후 검사를 했고, 검사결과 A 전 본부장이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취급했던 기업대출에서 부적정 취급 건이 발견돼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 A 전 본부장의 성과급 지급을 미루고 3월까지 부실검사를 해 귀책 사유를 확인, 성과급 회수 처분을 결정했다”며 “다만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는 금융기관 검사 규정에 근거해 본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선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전임일지언정 지주 회장이 연루됐던 이번 사건을 실무 직급 몇 명에 대한 징계로 마무리 짓는 건 은행권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퇴행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A씨를 면직 처분한 거로 최선의 조치를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면직되면 5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불가해 행정제재 수준에서 상당히 무거운 조치인 건 맞으나, A씨에 한정된 징계일 뿐”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전임 회장의 친인척 대상 대출이라 해도 실무 직원 선에서 처리될 규모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이 벌인 일탈 행위로 여론을 환기하고자 급급한 모습인데 임종룡 현 회장이 취임한 후 이뤄진 건들도 적지 않게 포함된 만큼 경영진 책임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부정대출 적발 경위를 밝히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비치도록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꾀를 부렸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부실여신 급증에 따라 부실징후 여신에 대한 여신 사후관리 및 여신 감리 활동, 부실 책임규명을 위한 부실채권 검사 등을 대폭 강화해왔으며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실시한 사후점검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검사 중인 금감원 관계자와 국회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본부장급 이상 직원의 계약만료가 다가오면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그간 실적을 리뷰(재검토)한다.

A 전 본부장 역시 재계약 시점에서 진행된 실적 리뷰에서 취급여신 부실률이 높게 나왔고, 이 과정을 지켜본 우리은행 직원이 금감원에 고발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수년간 행해져 온 수백억원 규모 부당대출이 담당자 재계약 시점이 도래해서야 면밀한 조사가 이뤄졌는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취급여신 부실 사안으로 사건을 축소하려다 금감원 조사가 들어오며 사태가 커지자 자체 내부통제 및 부실여신 책임규명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해명을 덧붙인 것 같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불미스러운 사건에 합당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내부 직원이 금감원에 고발하는 일도 없지 않았겠느냐”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