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야근수당’ 자제령…냉랭해진 직원 민심

상반기 시간외수당 급증…하반기 ‘허리띠 꽉’ “처우 개선한다더니 퇴사하라 등 떠미는 격”

2024-08-19     이연경 기자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시간 외 수당 자제령’을 내리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열악해진 근무 환경에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간 외 근무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신청하라”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내렸다. 최근 타 기관에 시간 외 수당 비율이 과도하다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던 것에 대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공지를 통해 공무원 근로 시간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금감원 시간 외 근무는 전년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시간 외 근무가 급증해 가용 예산이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시간 외 근무 감축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총무국은 각 임원·부서장·팀장에게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 현황을 지난달 근무분부터 공유할 예정이다.

현재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정규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소속 부서 팀장 허가를 받아야만 PC 사용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 소속 A씨는 “불요불급한 일이나 감축해주고 얘기하라”며 “시행 전 분(7월분)부터 소급하는 건 또 무슨 경우냐”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실적대로 성과 평가하겠다고 공포 분위기 조성해놓고 시간 외 근무는 하지 말라니, 양심 있으면 수당이라도 제대로 주면서 일 시켜라”라며 총무국을 비판하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도 “상식적으로 일이 느는데 근무 시간이 줄겠느냐” “애 때문에 휴가 쓰면 눈치 주면서 무슨 가정과 일의 양립을 운운하느냐” 등 비난의 댓글이 쇄도했다.

여기에 수시로 진행되는 원장 업무보고 일정이 휴가철에 겹치며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 게시판에서 B씨가 “(광복절) 연휴 끝나고 보고받는다더니 원장은 직원들 괴롭히는 방법을 귀신같이 안다”라고 지적하자, C씨는 “퇴사하라고 등 떠미네”라며 공감했다.

D씨 역시 “이 시국에 원장님은 업무보고를 왜 받는 거냐”라며 “다들 이것 때문에 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금감원은 젊은 직원 이탈이 가속화되자 외부 기업에 조직 컨설팅을 의뢰한 바 있다. 조직 문제를 진단해 직원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관련기사 : 2024년 7월 26일 본지 보도, “처우 개선 언제쯤”…금감원 직원들 원성>

하지만 말과 다른 금감원의 처사에 직원들 민심은 닫혀가는 상황이다. 특히 인건비를 줄일 게 아니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급여 및 복지를 늘리긴커녕 시간 외 수당을 감축하겠다는 건 직원들을 더 궁지로 내모는 처사”라며 “이러니 신입 직원이 이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