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6]
옥수수로 만드는 김명자 명인의 황골엿
2016년 명인 지정, 강원도 원주 황골엿 알리미 자처 옥수수와 엿기름 모두 직접 농사 짓고 띄워서 만들어
엿은 곡물에 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킨 뒤 이를 졸여서 만드는 전통 과자다. 설탕이 없던 시절, 당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당원은 꿀이었으나 벌집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곡물을 당화시켜 조청과 엿을 얻는 것이었다.
강원도의 엿을 만났다. 산이 많아 쌀이 귀한 강원도는 멥쌀이나 찹쌀이 아닌 옥수수로 조청과 엿을 만들었다. 곡물이 달라서일까, 강원도의 엿은 만드는 과정도 남쪽 지방과 달랐다. 농림식품부 식품명인 제70호로 지정된 김명자 명인이 지난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옥수수엿(황골엿)을 이용한 잼 만들기 체험행사를 가졌다.
달달한 조청으로 옥수수잼을 만드는 체험행사라 그런지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초등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김명자 명인은 우리 곡물로 만든 조청과 엿을 ‘건강한 당’이라고 정의했다. 곡물에 있는 당분을 모아서 만든 것이니 건강하다는 것이다. 옥수수로 만든 엿 체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엿을 만드는 과정은 24시간 이상 필요한 작업이어서 김 명인의 조청과 직접 수확한 옥수수를 가지고 잼 만들기에 나섰다.
옥수수잼은 보통의 잼만들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잘 삶아진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내 믹서기로 갈고, 약한 불에 졸인 뒤 김 명인의 옥수수 조청을 넣고 타지 않게 저어주며 만들었다. 조청 자체가 은은한 단맛을 가지고 있어서 다 만들어진 옥수수잼도 ‘건강한 맛’으로 다가왔다.
잼 만들기가 끝난 뒤 김명자 식품명인에게 엿만들기에 대해 질문했다. 김명자 명인의 엿 인생은 강원도 원주로 시집을 오면서 시작됐다. 가을이면 옥수수를 수확하고 봄과 가을에는 엿기름을 만들어, 새벽부터 엿을 고는 일을 매일같이 해왔다.
그러다 2016년 식품명인으로 지정받고 황골엿 전도사가 되어 방송과 광고 등을 통해 원주 황골엿 알리기에 나섰다. 황골엿의 브랜드는 김명자 명인의 방송 출연의 결과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앞서 설명했듯이 김명자 명인의 옥수수엿 만들기는 쌀(멥쌀과 찹쌀)엿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남부 지방의 쌀엿은 쌀을 물에 불린 뒤 고두밥을 지어 여기에 엿기름을 우려낸 물을 넣고 끓이면서 쌀을 당화시키지만, 강원도 원주의 옥수수엿은 재료를 전부 가루내어 같이 끓인다.
따라서 고두밥으로 조청과 엿을 만드는 문화에선 옥수수엿이 이색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김명자 명인의 설명이다.
물론 지금은 황골엿도 과거와 달리 쌀 함유량이 높다고 한다. 예전에는 옥수수 80%, 쌀 10%, 엿기름 10%였으나 지금은 쌀이 80%가 들어간다. 쌀 소비가 줄면서 가공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명인은 수입산 옥수수가 섞여 들어올까봐 원주 치악산 자락에 있는 황골에서 3,000평 가량 옥수수 농사를 직접 짓고 있다. 황골엿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리고 당화효소를 쓰는 엿기름도 직접 봄가을에 직접 띄우고 있다.
김 명인에 따르면 예전 황골엿은 옥수수가 중심이었다고 한다. 주재료로 옥수수를 사용한 것도 있지만 당화효소로 쓰는 엿기름도 옥수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명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황골엿의 원형은 다음과 같다.
옥수수를 이틀 정도 물에 불린 뒤 콩나물을 키우듯 만든 옥수수엿기름을, 잘 말린 옥수수 알갱이와 함께 가루를 내어 물에 넣고 끓인다. 하루는 끓여야 옥수수 조청이 되고 더 졸이면 갱엿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옥수수엿기름으로 엿을 만들면 지금처럼 짙은 색이 나오지 않고 옅은 갈색으로 나왔다고 한다. 옥수수엿기름의 당화력이 떨어져 색이 짙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명인은 남부지방의 보리를 구해 직접 엿기름을 만들어 황골엿을 만들고 있다. 김 명인은 원주에 조청과 엿을 만드는 황골엿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장바우치악산황골엿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