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투자증권 ‘원 모어 싱’은 어딨나

2024-08-20     박이삭 기자

이달 초 열린 우리투자증권의 첫 기자간담회는 지금 반추해도 아쉬움이 크다. 회견장에서 공개된 성장 로드맵은 대대적인 신장개업에 걸맞지 않았다. 증권업계의 기존 전략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우투증권이 전면에 내세운 ‘계열사 공동펀드 조성’은 새롭지 않았다.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춰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결국 계열사 협력에 기댄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들었다. 이미 여러 증권사가 숱하게 활용했던 방식이다. 검증된 방법인 만큼 부담이 적고 실효성이 높다. 그러나 전형적이다.

여느 간담회와 달리 질의응답 분위기가 활기를 잃은 건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게다가 답변자로 나선 일부 경영진은 각 사업의 차별화 방안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One more thing(원 모어 싱)’은 존재하지 않았다.

혁신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손에 익은 관습을 전복해야 남다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투증권보다 앞서 데뷔한 금융사들도 직면했던 과제다.

20여년 전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은 수장 이름을 내건 박현주 펀드를 히트시켰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을 개척한 ‘PF 1세대’다. 지난 2021년 이승건 대표의 토스는 유례없이 편리한 유저 환경으로 주식 거래의 새 패러다임을 선보였다.

2024년의 우투증권은 대형 증권사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하지만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금융업 발전과 얼마나 상관있을지 의문스럽다. 5조원의 자기자본을 모으고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올라서겠단 목표는 원대할지언정 울림이 없다.

업계 후발주자인 토스의 ‘정신’은 우투증권에 참고할 만한 본보기다. 토스의 성장기를 담은 책 ‘유난한 도전’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탄생은 단지 이윤 목적에서 기인한 게 아니었다. 증권업계가 불친절한 시스템으로 젊은 세대를 방치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토스가 외형 성장에 매몰됐다면 이런 발상을 했을까. 우투증권이 차분히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재무적 성과만을 지상 과제라고 생각하는 한 원 모어 싱의 부재는 계속될 것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