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되는 삼성화재 밸류업…속 타는 주주들
밸류업 공시 ‘검토 중’ 여전 증권사 “시장 기대치 못 미쳐”
삼성화재의 자본정책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앞서 기대감을 부풀려놨듯 주주나 회사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자본정책에 대한 발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일제히 삼성화재의 자본정책에 대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리포트를 내놨다.
지난 16일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화재에 대해 “(올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주주환원 관련 진전이 없는 점은 아쉬운 요인이다”며 “기존의 검토안을 재확인시키는 데 그쳐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준하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상반기 IR에서 “밸류업 정책 발표 시기와 관련해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검토사항이 있고 이 검토가 끝나는 대로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분기 IR에서 8월 이후 발표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금번 IR에서는 연말까지도 발표를 기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본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건 능력의 문제가 아닌 이해관계의 문제라고 판단된다”면서 “당사는 삼성화재가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을 이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초 증시에 밸류업 기대가 불거진 이후) 7개월째 기대감만으로 상승한 주가를 지지할 만한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진 상승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지분 14.98%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식 총량이 줄어들어 지분 보유량이 15%를 초과할 경우 자회사로 편입된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포함된 자본정책 발표가 늦어지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4일에는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화재 관련 보고서를 통해 “본업에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0.9배에 육박하는 PBR에는 자본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에 사측의 빠르고 명확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기업가치 제고계획 관련 구체적 타임라인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듀레이션 구조상 금리 하락기에 킥스(K-ICS)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으며, 압도적으로 높은 킥스비율 및 적은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 고려시 적극적 주주환원 시행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같은 날 자본정책 방향을 공개한 DB손해보험에 대해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DB손보의 경우 자본정책 발표를 위해 올해 이례적으로 상반기 IR을 개최했다. DB손보가 연말 결산 외 IR을 개최한 건 최근 10년간 올해가 유일하다.
DB손보는 중장기 자본정책으로 킥스비율 적정 구간을 200~220%로 설정하고 220%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과 더불어 국내외 사업확대에 활용할 것을 밝혔다.
주주환원율은 킥스비율이 200~220% 수준으로 유지되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경우 35% 수준까지 상향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20.7%) 대비 14.3%포인트(p) 상향된 수준으로 최장 5년 내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DB손보의 킥스비율은 228.2%(잠정)이다.
이에 대해 정준섭 연구원은 “이번 자본정책은 대체로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다고 판단한다”며 “기존 밝혔던 삼성화재와의 주주환원율 격차 축소 방침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번 발표한 중장기 자본정책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배당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혜진 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병행될 수 있다. 하반기 큰 변동사항이 없다면 배당성향은 올해부터 상향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편 DB손보는 올 상반기 IR에서 자사주 소각에 대해 “주주환원 정책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모두 열려있다. 확정된 바 없어 일정 등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주주환원율 35%는 목표 기간보다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