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감세정책 헛다리”…정치·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열’
정무위,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예고 이사 충실의무 ‘회사→‘회사·주주’ 확대 금감원, 28일 간담회서 동일 사안 논의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배구조법 개정에 힘쓰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논의에 나섰다.
정부가 자본시장 밸류업(Value up)을 위해 추진 중인 감세정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 34인이 발의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202991)’이 입법예고됐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정부는 금융감독원장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강조 외에 별다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대책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도 상속세 감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세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그러한 정책이 실제로 자본시장 밸류업에 기여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이사,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지배구조가 주주 전체의 공평한 이익보다는 재벌 기업집단이나 기업집단의 총수의 이익에 충실하게 운영되면서, 한국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와 회사’로 확대해 주주의 이익에 반해 기업집단이나 지배주주를 위해 합병, 회사분할, 사업기회 유용 등의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게 목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회는 경영 임원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 1/3 이상으로 구성되도록 하며, 독립이사가 선출될 수 있도록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의 분리 선출을 3명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임원에 대한 과다한 보수 지급을 제한하고 적정한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이를 소각하도록 하는 등 주식 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도록 한다.
정무위가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끄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이날 오전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복현 원장 주재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현실성 있는 자본시장 밸류업 강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간담회에서 김우찬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주주중심 거버넌스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개혁과제’를 발표하며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등 경영자(총수)를 견제할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별도 조항을 신설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구체화하고,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 및 면책조항(소수 주주 과반결의제) 신설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월 처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방안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공론화했다. 이후 6월 같은 주제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달 21일에도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들과 소통한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정치·금융권과는 달리, 감세정책을 표방하는 정부의 기조는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법인세·소득세·상속세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유예된 ‘금투세 폐지’도 함께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이상 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다만 이는 모두 세법개정 사안으로 야당과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고집하는 감세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라며 “금투세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던 금융권에서도 환영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짚었다.
한편 사회민주당 대변인실에 따르면 윤 정부 감세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는 올해 91조원이 넘는다. 발표된 예산안에 재량 지출 증가율은 0.8%로 동결 수준이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