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구멍’ 농협銀, 부랴부랴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

은행권 중 첫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잇따른 배임·횡령 금융사고 발생에 지배구조 전면 개편 필요성도 제기

2024-08-29     이진희 기자

배임·횡령 등 반복되는 금융사고로 NH농협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처음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최근 잇단 배임·횡령으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배구조법 개정에 맞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3일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선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일까지 내부통제위를 설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주요 시중은행 중 이사회에 내부통제위를 신설한 건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이사회는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의 이행을 감독하게 된다.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승인하고, 임원·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적절하게 수행하도록 이끄는 게 내부통제위의 주 역할이다.

내부통제위는 이사회에서 선임된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꾸려지게 된다. 구성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법 개정에 맞춰 조치를 취하다 보니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신설하게 됐다"며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라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하는 등 향후 구성원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타 은행보다 발 빠른 시스템 정비로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 금융사고 재발방지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농협은행에서 올해 적발된 금융사고는 총 4건이다. 직원들의 배임·횡령은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3월엔 109억원 규모, 5월에는 각각 11억원, 51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 2건이 드러났다.

이달엔 117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터졌다. 서울 한 지점에서 직원이 지인 명의를 도용해 허위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다 덜미를 잡혔다. 횡령 기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4년 2개월로, 농협은행의 상시감시 시스템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4월 금융감독 당국이 앞선 사고들에 대해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한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농협은행 입장에선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농협은행 측은 내부통제 방안과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과는 별개로 일각에선 최근의 금융사고가 농협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에서 NH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세다 보니 농협금융의 인사·경영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금감원은 이러한 구조가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영업점은 17개 영업본부가 지역에 따라 관리하는 구조다.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한 영업본부장은 주로 농협중앙회 출신 인물이 맡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할 소지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독특한 농협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부적절한 개입 등을 문제 삼는 상황"이라며 "거액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