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취급 증권사 달랑 한곳…‘고사 위기’

다올·키움 이어 유진증권 사업 종료 일부 펀딩 기업 신뢰도 훼손 사례에 저수익성에 증권 유통 어려운 한계

2024-09-02     박이삭 기자

실효성 없는 사업 구조에 국내 증권가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크라우드펀딩)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폐지할 예정이다. 다음달 29일까지 시장관계자의 이의 제기가 없으면 폐지가 확정된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을 소싱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사업 실효성이 낮고 업무 진행에 어려움이 많아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크라우드펀딩 사업 철수는 수년 간 지속돼 왔다. 지난 2020년 다올투자증권이 관련 사업을 종료한 데 이어 지난 2022년 키움증권도 사업을 폐지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철수할 경우 현재 증권사 중 크라우드펀딩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IBK투자증권만 남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지닌 기업가가 다수의 소액투자자에게 자금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신생 기업인에게 자금줄 역할을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상품을 제공해 투자금을 받는 리워드형과 주식·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형으로 나뉜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등록한 증권사는 사업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펀딩 과정을 중개한다.

앞서 크라우드펀딩은 혁신적인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시장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증권형) 발행금액은 지난 2019년 390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167억원을 기록해 4년 전에 비해 57.2% 줄었다.

급감한 규모 기저엔 일부 펀딩 기업의 신뢰 훼손이 깔려 있다. 중국산 제품을 혁신 상품으로 속여 팔거나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은 사례들이다. 이들 경우는 전체 사업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크라우드펀딩 자체를 못 믿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업계에선 증권사와 크라우드펀딩이 애당초 안 어울렸다는 견해가 나온다. 평균 연봉 1억원을 웃도는 증권사 인력 구조에 비해 펀딩으로 얻는 중개 수수료가 적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대개 몇천만원에서 몇억원 사이의 자금을 모집하는데 중개 수수료는 5%가량이다”며 “고액의 증권사 인건비 구조에선 실익이 적다”고 전했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증권 유통 플랫폼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은 증권을 발행하는 일만 하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딩으로 발행된 비상장 주식 거래의 경우 일대일로 따로 하거나 상장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