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예고편] 잇단 금융사고…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속도

올해 100억원 초과 금융사고 7건 국민·우리·농협銀서 횡령·배임 등 "과태료 인상 등 추가 방안 필요"

2024-09-27     이진희 기자

다음 달 시작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올해 100억원을 넘어서는 각종 금융사고·불완전판매 등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 이슈가 불거졌던 만큼, 관련 문제에 대한 질타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다음 달 7일 국무조정실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을 시작으로 △10일 금융위원회·산업은행 등 △17일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 △24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에 나선다.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 화두는 단연 내부통제다. 연초부터 주요 시중은행에서 각종 불완전판매와 횡령·배임·부당대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는 국감에서 꾸준히 등장한 단골 이슈다. 특히 금융당국이 수년째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재발 방지책을 주문하고 있음에도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통제 부실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금감원이 집계한 은행 영업점 발생 여신사고 중 100억원을 넘는 건은 올해 들어 8월까지 7건이다. 사고 규모도 987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대출 관련 배임사고만 3건,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배임·사기·횡령 등 각 2건씩 사고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에선 지난 3월(104억원)에 이어 4월 272억원, 111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2건을 공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6월(105억원)과 8월(164억원)에 사기·부당대출이, 농협은행은 3월(109억원)과 8월(121억원)에 업무상 배임·횡령 등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여야 의원들은 강도 높은 질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감 일반 증인으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유력 거론되는 가운데, 정무위는 오는 30일 일반 증인을 채택할 예정이다.

국감을 앞두고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제출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움직임이 분주하다. 당국이 권장한 기한은 한 달여가량 남았지만, 먼저 움직여 내부통제 개선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등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문서화하는 게 주 내용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내년 1월까지 이를 제출해야 한다. 제도 조기 도입에 나선 당국은 10월 말까지 제출한 곳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제재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금융사 중에선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감독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책무구조도 외에도 내부통제 매뉴얼 등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도 11월 이전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책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도 새로 꾸렸다. 준법감시인 산하에 설치되는 'KB책무관리실'은 책무구조도 운영 및 점검 등의 업무를 전담한다. 여신관리부 산하에 신설된 '개인채무조정전담팀'은 개인채무조정 제도 및 프로세스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않기 때문에 국감에서도 이에 대한 질타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을 비롯한 시스템 강화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선 촘촘한 내부통제 체계를 위해선 내부통제 기준 위반 시 과태료 부과금액 인상 등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금전적 제재 측면에서 보면 미국·영국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구축 의무를 위반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의 민사 제재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로 비교적 제재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4 국감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개선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부통제기준 위반 시 현행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금액을 인상하거나 인적제재 대상의 범위조정, 인적제재에서 금전제재 변환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