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더 내고 배당 더할 보험사 어디
해약준비금 제도개선 효과 38개 중 15개사 그쳐 킥스 200% 미만 다수 상장 생보사는 ‘전멸’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으로 당기 법인세 납부액과 배당 재원이 늘어날 회사는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줄 수 있도록 보험사가 미리 쌓아두는 돈이다. 이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의 법인세 부담액은 감소하고 배당 재원은 줄어든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38개 생명·손해보험사(보증보험 및 재보험사 제외) 가운데 해약환급금준비금이 20% 내외 감소 대상이 될 보험사는 15개사에 그친다.
생명보험 20개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생명(235.5%), NH농협생명(217.3%), 메트라이프생명(359.0%), KB라이프생명(299.2%), AIA생명(268.4%), 라이나생명(342.9%), BNP파리바카디프생명(273.5%) 등 7개사다.
손해보험 16개사 중에서는 삼성화재(278.9%), DB손해보험(229.2%), KB손해보험(202.7%), 메리츠화재(224.8%), NH농협손해보험(223.5%), 악사손해보험(237.5%), 캐롯손해보험(206.1%), 신한EZ손해보험(343.5%) 등 8개사다.
금융당국은 자본건전성이 확보된 보험사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기준은 경과조치 미적용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상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2029년까지 150%로 순차적 하향)이다. 제도개선안이 시행되면 준비금 적립비율이 현행 대비 80% 수준으로 낮아진다.
생보사는 신한·NH·KB 등 금융지주계열을 제외하면 외국계 보험사가 전부 킥스비율 200%를 크게 웃돌았다. 신한·KB 역시 오렌지라이프생명(전 ING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각각 편입한 바 있다. 바뀐 지급여력제도 하에서는 외국계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상당히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상장 생보사는 킥스비율 200% 이상이 없었고, 상장 손보 4개사(삼성·DB·KB·메리츠)만 포함됐다. 기준치 미달 상장사는 한화생명(162.8%), 동양생명(166.2%), 미래에셋생명(198.0%) 등 생보 3곳과 현대해상(169.7%), 한화손해보험(171.7%), 롯데손해보험(139.1%) 등 손보 3곳이다.
대다수 킥스비율 200%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만큼 비약적인 자본증가 없이는 모두 현행 기준대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게 될 전망이다. 급격히 쌓이는 준비금 속도에 법인세는 아낄 수 있을 지라도, 배당 재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주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직 올 상반기 시점의 킥스비율 성적표일 뿐이다. 금리하락기에 돌입한 만큼 200%에 턱걸이한 보험사 역시 안심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부채를 증가시키고, 그만큼 자본을 낮춘다.
특히 보험부채 만기가 긴 생보사일수록 점차 제도개선안상 킥스비율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세수와 배당재원 확대를 위한 조치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상장 손보사 4곳을 제외하면 실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을 두고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상 이익규모가 큰 손보사 위주로 법인세 및 배당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