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일색 디딤펀드…신한부터 줄줄이 ‘맹탕’ 간담회
전체 25개 운용사 중에서 10개사 기존 상품 재활용 차별 포인트 부족한 실정
금융투자협회의 야심작 ‘디딤펀드’ 브랜드가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사의 기존 자산배분펀드를 디딤펀드로 활용한 운용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을 비롯해 펀드를 재활용한 운용사들은 출시간담회에서도 뚜렷한 차별 포인트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딤펀드를 출시한 25개 운용사들은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출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디딤펀드란 연금투자 자산배분펀드 중 BF(Balanced Fund·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 유형의 업계 공동 브랜드로, 25개사가 참여해 각 사별로 하나의 대표 펀드를 출시·운용한다. 디딤펀드라는 통합 브랜드 안에서 각 펀드의 수익률 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디딤펀드 론칭에 맞춰 새로운 펀드를 선보인 운용사는 15개사뿐이다. 나머지 10개사의 경우 기존에 출시한 펀드를 재활용했다.
일례로 릴레이 간담회의 첫 주자였던 신한운용은 디딤펀드로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를 내놓았는데, 이는 2년 전 출시한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펀드(이하 OCIO 펀드)’를 재활용한 것이다.
신한운용 측은 간담회에서 기존의 OCIO 펀드 전략과 자사 디딤펀드의 전략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한운용 관계자는 “전략에 대한 차별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투자자들이 디딤펀드란 카테고리 안에서 자산배분펀드를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간담회를 개최한 트러스톤·DB자산운용도 자사의 기존 자산배분펀드를 재활용한 디딤펀드를 홍보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디딤펀드의 차별성이 현저히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헤게모니가 상장지수펀드(ETF)로 넘어간 상황에서 자산배분펀드는 매력도가 낮았던 상품”이라며 “디딤펀드 역시 큰 틀에서 (이전의 자산배분펀드와) 차이가 크지 않다”고 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품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회사 사정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재활용하는 상품들은 경쟁력에서 밀려날 것 같다”고 말했다.
디딤펀드 출시를 주도한 금투협은 상품 재활용 여부를 신경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각 운용사에 기존·신규를 막론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디딤펀드의 경우 개별적인 상품 측면이 아닌 거시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디딤펀드는 BF 유형의 구심점을 갖기 위해 마련한 브랜드”라며 “해당 상품을 관리·역량 상단에 올려서 운용을 잘해 달라는 것이 협회의 방향성”이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