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9]
자연의 재료로 시간이 만드는 전통 창난젓

지난해 수산식품명인 지정된 문은희 명인 체험행사 자연의 맛 위해서 숙성에만 20일 이상 걸리는 젓갈

2024-10-13     김승호 편집위원
지난해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된 문은희 신화식품(사진 중앙)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북촌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전통 ‘창난젓’ 만들기 체험행사를 가졌다. 명태와 창난의 역사 및 인문학적 내용을 설명한 문 명인은 숙성과정 시범을 보인 후 시민들의 체험을 도왔다. (사진=신화식품)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각종 조미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집밥보다는 매식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바쁜 일상 때문이다. 그래서 조미료 맛에 익숙해졌고, 그 맛이 없으면 무척 서운해한다.

밑반찬으로 많이 찾는 젓갈과 김치도 마찬가지다. 조미가 많이 된 음식이 더 인기를 끈다. 소비자의 입맛이 조미료 맛에 익숙해지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팔리지 않는 음식을 일부러 만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 2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귀한 행사가 하나 열렸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창난젓을 만들고 있는 문은희 수산식품명인의 창난젓 만들기 체험이었다. 식품명인은 농림식품부에서 지정한 명인이라면, 수산식품명인은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다. 그래서 명인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12명 정도 된다.

명란젓이나 창난젓은 많은 사람이 즐기는 기본 젓갈류다. 둘 다 명태의 부산물이다. 명란은 명태의 알이고 창난은 명태의 위장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한 마리를 잡으면 엄지손톱 정도의 분량이 나오는 아주 귀한 식재료다.

문 명인은 이날 명태 손질법과 창난 채취과정, 그리고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받은 품목인 전통 창난젓 만들기 과정을 빠짐없이 시범을 보이고 참여 시민들의 체험을 도왔다. 필자도 직접 명태를 할복하고 청난젓 양념을 버무렸다.

전통의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발효에 필요한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창난젓은 2차례에 걸쳐 양념하며 숙성시킨다. 1차 과정은 명태에서 얻은 창난을 여러 차례 깨끗이 세척하고 돌로 눌러 물기를 뺀 후 소금에 재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세척한 창난은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2~3일 동안 물을 갈아주며 이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어 줘야 한다. 세척이 끝난 창난은 보자기에 싼 후 돌을 올려 놓고 물기를 빼 줘야 한다. 그래야 양념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까지 끝나면 문 명인은 산염법을 사용해서 창난을 염장한다. 산염법은 천일염을 직접 뿌려 염장하는 방법이다. 창난을 항아리에 넣고 그 위해 소금을 뿌린 뒤 다시 그 위에 창난을 얹고 켜켜이 소금을 재우면서 항아리를 채우는 방식이다. 마치 떡시루에 콩고물을 얹은 시루떡 만들기와 비슷하다. 이렇게 차곡차곡 창난과 소금을 넣은 뒤 18~32시간 숙성을 한다. 창난에 기본 간을 주고 질감을 부드럽게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창난을 넣은 항아리 윗부분에 맑은 물이 고이게 된다. 잘 된 창난은 윤기가 흐르고 그 위에 맑은 물이 고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은희 명인은 창난젓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척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창난을 적당한 크기로 손질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손질된 창난은 손질과 탈수과정을 거쳐 문 명인 특유의 ‘산염법’으로 염장된 후 2차례의 숙성과정을 거치게 된다. 전통 방식의 창난젓은 20일 이상이 소요된다. (사진=신화식품)

문 명인은 이어서 2차 숙성 과정을 선보였다. 무를 채 썰고 마늘과 고춧가루, 생강 깨소금을 1차 염장된 창난젓과 함께 버무린다. 그리고 다시 항아리에 넣어서 일주일 이상을 섭씨 15도의 저온에서 숙성하면 된다. 이날 체험에선 천연의 단맛을 위해 배즙과 고소함을 위해서 새우젓 등이 첨가됐다. 이렇게 만든 창난젓은 젖산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살짝 산미도 갖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 속초 지방의 전통 창난젓이다. 하지만 요즘 시판되는 창난젓은 1~2일이면 만들어지는 젓갈이다. 단맛을 내기 위해 물엿 등의 조미료도 많이 들어간다.

문 명인의 고향은 속초다. 명태 덕장을 운영했던 부친 덕분에 어려서부터 명태와 친숙하게 지내왔다. 할복은 물론 양념과 버무리기 과정까지 어려서부터 해왔던 일이다. 그리고 젓갈 제조 사업에 나선다. 올해로 33년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문 명인은 ‘신화식품’이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명태회 만들기로 ‘명태1호명장’이라는 호칭을 속초시로부터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신화식품에선 현재 20개 정도의 젓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