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펀드 본격 출범...퇴직연금 시장 메기될까
금투협 “디딤펀드 시장 안착하도록 노력” 투자자 호응·판매채널 확대 등 과제 산적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도약을 꿈꾼다.
16일 금융투자협회는 서울 여의도에서 ‘디딤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자리에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디딤펀드를 출시한 25개 자산운용사 CEO,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디딤펀드를 구성하고 출시하기까지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많았다”며 “디딤펀드는 트렌디한 상품이 아니다, 퇴직연금의 근간이 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딤펀드 출시는 우리나라에서 소외됐던 퇴직연금 스테디셀러인 자산배분형 밸런스드펀드(BF)를 그 중심으로 가져오고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금투협회는 디딤펀드가 시장에 안착하게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디딤펀드의 출시 목적은 장기투자를 통한 연금 운용수익률 제고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상품 대부분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중돼 있어 수익률은 제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5.26%로 저조한 수준”이라며 “퇴직연금 자산 구성 현황을 추정해 보면 현금이 87%로 압도적이고 채권이 10% 안팎, 주식은 4.4%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확정기여형(DC)에서 디폴트옵션 중심으로 자산운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디폴트옵션의 주요 상품은 타겟데이트펀드(TDF)나 BF와 같은 자산 배분형 펀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위원은 “호주의 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Mysuper)는 기금별 운용 상품을 단일화해, △가입자 선택 편이성 △상품의 비교가능성 △운용사 관리 효율성 등을 증대해 대표상품 형태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와 유사하게 국내에서 각 운용사별로 단수의 대표 자산배분형 BF를 디딤펀드로 제시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디딤펀드가 갈 길은 멀다. 수익률과 판매처 등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디딤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연 4~6% 수준으로 원리금보장상품보다는 높지만, TDF 수익률보다는 낮은 편”이라며 “애매한 포지션 탓에 투자자들이 호응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판매처도 걸림돌이다. 현재 디딤펀드는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14개 증권사(대신·미래에셋· 삼성·신영·신한·IM·NH·우리·유안타·KB·하나·한국투자·한화·현대차)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흥행을 위해선 퇴직연금 자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으로의 판로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투협회 관계자는 “지주계열 운용사를 통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타 금융업권 퇴직연금 사업자와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다양한 루트에서 디딤펀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판매채널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