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12] 수원 가보정 김외순 명인 불고기 체험

할머니로부터 배운 비법 ‘산초’ 넣은 가리구이  늦게 시작했지만 수원에서 가장 큰 갈빗집 돼 

2024-11-03     김승호 편집위원
수원 가보정 김외순 대표가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자신의 ‘가리구이’를 설명하고 갈비 손질법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수원갈비로 유명한 가보정은 1992년 시작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갈빗집이다. 하지만 가보정의 김외순 대표는 지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가리구이(갈비구이)’ 부문으로 식품명인을 지정받으며 갈비와 관련한 공적 크레디트를 얻게 된다.

수원시에 여러 갈빗집이 있지만, 식품명인이 운영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출발은 다른 곳보다 늦었지만, 현재는 수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10월26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선 김외순 가보정 대표의 식품명인 체험 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김 명인은 자신의 가리구이 출발점은 할머니이며, 할머니가 사용한 ‘천초(산초)’가 가리구이 양념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우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다 있을 법한 ‘갈비구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즐겼던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는 소가 중요한 생산수단이었기 때문에 관의 허락 없이 함부로 도축할 수 없어서 귀한 음식이었다. 김외순 명인의 고향은 경북 의성이다. 우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고기 손질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고, 할머니만의 특별한 양념인 ‘천초’도 그 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체험을 진행하는 내내 김 명인은 비법 양념에 들어가는 ‘천초’를 자주 강조했다. 가보정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한 사람도 탈이 난 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 천초의 해독작용이라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밭농사의 주요 거름은 인분이었고, 그래서 서리가 내리기 전엔 채소를 먹을 수 없었다. 채독(菜毒) 때문이다. 그러나 천초를 사용하면 채독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갈비에 천초 양념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진행된 가리구이 체험행사에서 김외순 명인이 불고기 제조법을 체험객에게 설명하는 모습.

김 명인은 지금은 설탕을 양념에 많이 쓰지만, 할머니의 갈비는 달랐다고 말한다. 우선 전통 방식의 가리구이는 ‘한식 간장’이 맛을 주도한다. 귀한 설탕보다는 간장을 통해 맛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맛은 짭쪼름했다. 또한 요즘 즐기는 생갈비보다 집집마다 내려오는 양념을 한 양념갈비가 갈비구이의 원형이라고 김 명인은 설명했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갈비를 구하면 기름 부위를 제거하고 초벌로 양념을 한 후 마늘 항아리에 넣고 2~3일 숙성한다. 과거에는 갈비를 가져오면 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도끼로 잘랐다고 한다. 발골 및 정육 기술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성되면 한식 간장과 천초를 사용해 고기의 잡내를 제거한다. 이렇게 양념을 하고 다시 반나절이나 하루를 보낸 뒤 구워서 먹는 것이 전통의 가리구이다. 먹을 때는 연육을 하기 위해 살짝 구운 뒤 찬물에 식히기를 3차례 했다. 

할머니의 갈비구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2년이다. 대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부도를 맞는다. 김 명인은 생계를 위해 할머니로부터 배운 갈비구이와 양념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가보정)을 열게 된다. 50평 규모의 식당으로 시작했는데, 맛으로 소문나면서 지금은 사거리를 모두 직영점 건물로 채우며, 하루 1,000명의 고객이 찾는 대표적인 수원 갈빗집이 되었다. 이곳에선 하루에 한우갈비 25마리분과 120kg의 미국산 갈비를 소비하고 있다. 

이날 체험행사는 양념불고기 만들기였다. 갈비전문으로 전환하면서 빠진 메뉴다. 준비한 한우 불고깃감은 500g. 부재료는 시금치와 쪽파, 당근 양파, 느타리버섯과 통깨다. 여기에 간장과 설탕, 참기름, 양파, 생강, 마늘, 후추와 산초가 들어간 비법 조미료를 약간량씩 보태서 양념한다. 물도 500g을 넣으면 완성된다. 조리할 때는 불린 당면을 넣어서 같이 요리할 것을 추천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