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으로 가는 금투세…여야 협치 언제쯤

2024-11-04     이연경 기자

“프레임부터 잘못됐다. 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필요성에 대해 열변할 게 아니라 정부 여당의 예산·조세관리 책임 문제를 지적했어야 한다”.

최근 어느 저녁 자리에서 전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여야가 금투세에 대한 입장 정리를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끄는 통에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까지 피로감이 큰 상태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이상은 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법안이 통과돼 작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말 소득세법이 개정되며 여야 합의로 도입을 2년 미뤘다.

약속대로라면 당장 내년 초부터 시행돼야 마땅하나, 이번 국회에서 여당은 ‘폐지’로 노선을 틀었다.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1400만 개미들의 표심을 고려한 계산임이 분명했다.

과세가 두려운 개인투자자들은 야당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에 야당 내에선 유예론까지 나오며 기세가 꺾인 모양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본 기자의 눈에 쟁점은 금투세 도입의 적절성이 아니다. 약속 이행 여부다.

금투세 도입은 애초 국회가 합의한 사안이다. 금투세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이미 여야와 전문가들이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당은 이제 와 말을 바꾸고, 야당은 그에 휩쓸리는 형국이다.

여야가 기싸움을 하는 동안 내년 초 금투세 도입은 물 건너갔다. 시행을 위해선 두 달여 간 요건을 정의하고 변경해야 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

2년 전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후 증권사들은 전산 개발을 준비해왔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 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6월, 늦어도 9월부터는 실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투세를 둘러싼 여야의 합의점은 보이지 않는다. 당의 협상 약속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제 양당은 빠르게 가르마를 타야 한다. 정쟁을 떠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금투세 도입 목적을 상기하고, 그게 어렵다면 대안이라도 내놔야 한다.

오는 12월 2일은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하는 날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수 결손은 50조원. 올해는 30조원으로 추산된다.

예산과 세제 관리는 정부 여당이 할 일이며, 그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몫이다. 부디 양당은 각자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