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적임자 누구…‘내부풀’ 총가동

‘박장근·유도현·정진완’ 3파전 예상 임종룡 회장, 인맥 등용 오명 씻고 한일·상업 파벌쇄신 이뤄낼지 주목

2024-11-12     안소윤 기자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 레이스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로 얼룩진 조직문화를 탈바꿈할 구원투수로 내부 출신 인사 등판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후보자 하마평에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뜨거운 모습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현 조병규 은행장의 임기만료까지 50여 일을 앞두고 차기 은행장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1차 회의에서 차기 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 인사 없이 내부 출신들만 올랐다는 후문이다.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내부 사정에 밝은 이가 수장에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의 경우 연임 도전에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조 행장은 지난 2023년 7월 사의를 표한 이원덕 전 행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아 재임 기간이 1년 5개월에 불과하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맞물려 책임을 피하기 힘들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내부인사 후보로는 먼저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 겸직)이 언급된다.

박장근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우리은행 리스크총괄부 부부장과 본부장,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상무를 거쳐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만 10년이 넘는 경력을 쌓았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가운데 박 부사장은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다만 박 부사장이 임기를 수행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최종 후보군 선정 불발의 요인이 될 여지가 크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부행장 2년 차 이하 인사들은 자격 미달로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집행 부행장도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유 부행장은 지난 1994년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2015년 우리은행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7년 런던지점장, 지난해부터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재다.

유 부행장은 선진 금융 경험을 기반으로 뛰어난 역량을 보이며 지난 2021년 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2개월 만에 집행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파격 인사로 주목받은 바 있으며, 1968년생으로 경영진 중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는 점도 조직문화 쇄신이 필요한 시기에 어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유 부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기도 한다. 조 은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었으니, 관행에 따라 다음은 한일은행 출신이 임명될 차례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외부 출신으로 자리에 오르며 ‘한일-상업간 갈등 봉합’을 천명했고,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파벌쇄신’이란 특명을 받은 만큼 후보자의 출신 은행은 더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역시 내부 인재풀(Pool)에서 주목받는 인사다.

정 부행장은 우리은행 기관영업전략부와 중소기업전략부를 거쳐 삼성동금융센터 금융센터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기업영업 전문가다.

임 회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로 알려졌는데, 둘의 인연이 시작된 시발점은 런던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 회장이 과거 영국대사관 재경관에 재직했던 시절, 정 부행장은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했었고 개인적으로 임 회장의 대사관 출퇴근길을 동행하며 친분을 두텁게 다졌다는 게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렇듯 정 부행장은 일명 임 회장의 ‘원 픽(one pick)’으로 조명받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약점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 회장은 잇단 인사에서 런던, 연세대 등 특정 인맥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을 발탁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이슈로 대내외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또다시 인맥 인사가 이뤄지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은 대표이사 임기만료 3개월 전에 경영 승계 절차에 착수해야 하고, 1개월 전에 후보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조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올 연말에 끝나는 만큼, 이달 말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