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양책 ‘신용 담보유지의무 면제’ 또 만지작…“소용없다”
증권사 “반대매매 자제 신호 …부실주식 떠안을 위험도” 2022년 면제 조치할 당시 코스피·코스닥 동반 하락
금융당국이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카드를 재차 꺼내면서 증권사의 볼멘소리가 감지된다.
증시 부양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정책 시행 후 주가가 우하향한 전례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를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18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증시 상황 점검회의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필요한 때 언제든지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등 조치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140% 이상의 담보비율을 확보한 뒤 신용융자를 해 주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고객이 자기 돈 50만원과 증권사에서 빌린 돈 50만원을 합쳐 100만원짜리 주식을 살 경우 증권사는 빌린 돈 50만원의 140%인 70만원 상당의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담보비율이 미달되면 증권사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를 강행한다. 고객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추가적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2020년과 2022년 금융위는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강제로 고객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런 배경에 증권업계에선 반대매매를 자제하라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대매매를 인위적으로 막으면 주가 방어에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주가가 우하향을 거듭하면 증권사는 부실 주식을 떠안거나 회수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조치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정한 담보비율(140%)을 따르다가 갑자기 자율적으로 담보비율을 정하라고 하면 난처하다”고 전했다.
가령 A증권사와 B증권사가 각각 140%, 130%의 담보비율을 책정한 상황에서 어떤 종목 주가가 연이어 곤두박질할 때, B사의 경우 ‘왜 담보비율을 낮춰 반대매매를 늦게 했냐’는 고객 항의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종목이 반등하면 A사는 ‘다른 데보다 담보비율이 높아 너무 빨리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는 불만을 들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조치가 증시 부양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7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가 면제됐으나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310.73에서 2236.40, 코스닥지수는 733.35에서 679.29로 각각 3.21%, 7.37% 감소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