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매수 쏠림’ 없앤다더니…당국은 잠잠

작년 10월 TF 이후 개선안 전무 금감원 “업계 의견 수렴…검토중”

2024-11-26     이현우 기자

국내 증권업계의 투자 의견 ‘매수’ 리포트 쏠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해결책을 내놓겠다던 금융당국은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리서치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증권사 매수 리포트 쏠림과 관련한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6년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 제정부터, 지난해 3월 리서치 관행 개선 TF 운영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기존 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TF 운영으로부터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TF 결과를 비롯해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검토 중이다, 이외 별도로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쏠림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최근 1년 동안 투자 의견 ‘매도’ 리포트를 1건이라도 낸 국내증권사는 단 4곳(신영·아이엠·유진투자·하나)에 그쳤다.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도 0~1%로 극소수였다. 

나머지 국내증권사는 단 한 건의 매도 리포트도 내지 않았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22.5%)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7.1%) 등 국내 상주 15개 외국계 증권사가 평균 10.2%의 매도 리포트를 낸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업계는 현재 환경에서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대비 숏(매도) 투자 전략이 어려운 국내 주식시장 환경과 증권사와 상장기업 간 이해관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상장사 재직 경험이 있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 직장에서 부정적인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의 출입을 거부한 사례를 접했다"며 "부정적인 리서치 보고서가 나오면 투자자의 항의는 물론, 해당 업권에서의 정보 공유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일 종가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연초 이후 수익률(YTM)이 각각 –4.6%, -19.6%로 부진한 가운데, 매수 리포트의 남발은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며 “독립리서치 활성화 등 매도 리포트를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업무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