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토스증권 ‘쉬운 설명’이 이룬 것과 남긴 것
주식을 쉽게 봐야 한다는 토스증권의 패러다임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손색이 없다. 전문가 도움 없이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 간편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은 투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리서치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리서치가 공급자 중심적으로 제작되는 가운데 토스증권이 그간의 관행을 깼다. 토스증권 연구원들의 리서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머리를 싸매며 가독성에 신경썼을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토스증권이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로 표현한 것도 앞서 언급한 관점으로 보면 마땅히 칭송할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수거래는 외상구매가 맞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시사경제용어사전에는 미수거래를 ‘외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표현하거니와 적잖은 전문가와 언론도 이와 비슷하게 정의한다.
안타깝게도 토스증권의 언어 감수성은 거기서 멈췄던 것 같다. 토스증권이 투자에 관한 모든 것을 쉽게 표현하느라 애쓰는 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어 하나하나에 매우 민감한 사회가 됐다. 언어가 은폐하는 위험성을 드러냄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게 몰카란 단어가 불법촬영으로 바뀌었고 방사능 오염수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로 불린다.
미수거래가 그 정도로 위험한 거냐는 의문이 든다면 그 개념에 대해 꼼꼼히 숙지하길 권하고 싶다. 미수거래는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외상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초단기로 이뤄지는 빚투(빚내서 투자)인 까닭에 한 사람의 인생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일부 투자자가 토스증권의 외상 표현을 불편해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혹시 근시안적인 이익 증대에 눈이 멀어 외상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철회했다. 투자를 쉽게 보여 준다는 토스증권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실이 나서고 금융당국이 정리해 준 만큼 이번 사태는 ‘미수거래’로의 용어 복원으로 마무리된다. 고객의 공감을 얻는 정교한 언어 사용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토스증권의 역량이라면 넉넉히 해낼 거라고 믿는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