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전문가’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낙점
세대교체·기업금융 중심 경쟁력 제고 기대 내부통제 개선 등 조직쇄신 과제도 산적
'기업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됐다.
우리금융은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 부행장을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그간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돼 온 이들 중 가장 젊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에 주안점을 뒀는데, 여러모로 정 후보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그에 대해 “젊지만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행장 자리에 오른 그는 먼저 실추된 은행의 신뢰 회복에 주력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몇 년간 횡령 등 사건·사고가 반복되면서 신뢰 하락을 겪었다. 지난 2022년 700억원에 달하는 직원 횡령 이후에도 수백억원대 금융사고가 지속됐고,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드러난 것.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부당대출 관련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는 우리금융에서 최근까지도 부당대출이 신규 취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국의 눈초리가 더욱 따갑다.
이 여파가 행장 교체로 이어졌지만, 무너진 내부통제 시스템 복구와 함께 이번 부정대출 사태를 수습하는 건 차기 행장의 몫이 됐다는 평이다.
은행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누적)은 2조5244억원으로, 4대 은행 중 4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진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당기순이익 기준 1등 은행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현재 1위인 신한은행(3조1028억원)보다 6000억원 가까이 뒤처져있는 상황이다.
3위 경쟁을 펼쳐왔던 하나은행(2조7808억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많이 반영한 국민은행(2조6179억원)보다도 적은 순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의 방향타를 잡은 정 후보가 향후 어떤 사업전략을 짜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그간 집중하던 기업금융 강화에 있어서도 세심한 전략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기업금융 명가 부활’이라는 우리금융의 목표에 따라 조병규 행장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공들여왔으나, 이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 역시 증가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서다.
자추위가 그를 적임자라고 판단한 배경 중 하나도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지녀 기업금융에 빠삭하면서도 관련 전략을 세심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정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면서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제고,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후보는 12월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 임기의 공식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