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14]
인적 안 닿는 차밭에서 따는 유기농 녹차

기후변화 맞춰 흙 힘 키우는 황인수 식품명인 녹차·연화차·황차 등 다양한 차 제품 생산중

2024-12-08     김승호 편집위원
경남 하동에서 감로다원을 운영하는 황인수 작설차 식품명인과 임이수영 전수자가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작설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승호 편집위원)

11월에 내린 폭설의 원인도 기후변화라고 하는데, 일상적으로 마시는 녹차에도 기후변화는 영향을 주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물론 재배지역의 변화까지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러니 차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들도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차재배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법부터 차이를 두는 곳이 있다. 차밭 또한 해발 700m 고지, 산비탈 지형에 있다. 골짜기와 바위, 그리고 우거진 숲 사이에 있어서 차밭으로 가기 위해선 ‘모노레일’을 타야만 한다. 차밭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400년된 차나무도 세 그루나 있다. 오래전부터 차재배가 이뤄진 곳이라는 것을 한 눈에 할 수 있는 곳이다. 4대째 차 농사를 짓고 있는 황인수 식품명인의 차밭(감로다원)이다.

황인수 식품명인의 작설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1월29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열린 작설차 체험 행사를 찾았다. 황인수 명인과 전수자인 임이수영(아내) 씨의 진행으로 경남 하동산 작설차를 체험했다.

황인수 명인의 녹차밭은 해발 700m 고지에서 유기농으로 키우고 있다. 사진은 명인이 직접 작설차 내리는 방법을 체험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승호 편집위원)

황인수 명인의 작설차 체험은 지난 2021년 식품명인(제91호) 지정 이후 처음 서울에서 갖는 행사다. 이날 황 명인은 차밭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기농 녹차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앞서 설명했듯 기후변화로 차나무의 생장조건이 변하고 있고, 이 조건에 따라 인위적인 개입으로 차나무를 재배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에, 황 명인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유기농 농법 재배 차의 장점을 설명한 것이다.

경남 하동에 있는 감로다원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차나무가 있다. 사진은 한참 차꽃이 피어 있는 차나무다. (사진=감로다원)

황 명인은 차밭의 생명은 흙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재배하고 있는 품종은 소엽종이다. 뿌리가 1m까지 내려간다. 차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선 제초를 수시로 해야 하는데, 예초기를 쓰면 땅이 딱딱해져 뿌리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심지어 고사리까지 뽑아낸다고 한다. 다 자란 고사리의 독성이 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만평 규모의 차밭에서 잡초를 뽑기 위해 한달 내내 허리를 못펼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만 1년에 4차례 한다. 자신의 차를 위해 흙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관리한 찻잎을 따기 시작하는 것은 대략 4월10일 전후다. 이때부터 어린 잎만 따서 응달에 말리고, 솥에서 찻잎을 덖는다. 차 제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잘못하면 탈수도 있고, 덜하면 비린내가 날 수도 있다. 여기에 감로다원의 특허기술이 하나 적용된다. 솥이 깊으면 찻잎이 쪄질 수 있으므로, 깊이를 15cm 정도로 낮게 했다. 깊이가 낮아야 차잎의 수분만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덖음을 마친 찻잎은 키질을 해서 수분을 또 날린다. 이처럼 찻잎의 제조과정은 덖음과 비빔, 그리고 건조과정으로 구성되며 대략 9번에 걸쳐 반복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구증구포’다.

황인수 식품명인이 차잎을 덖는 모습. (사진=감로다원)

감로다원의 차 제조는 꼬박 이틀에 걸쳐 이뤄진다. 모두 수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형 기계로 덖음과 건조작업을 하는 공장형 제다업체에선 2~3시간이면 완제품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차에서 단맛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여러 차례 우려도 쓴맛이 나지 않는 차맛을 즐기고 싶다면 일일이 손으로 만든 차를 선택해야 한다.

이날 체험한 차는 작설차와 연화차, 그리고 반발효차인 황차 3가지다. 작설차는 어린 잎을 따서 앞서 설명한 과정을 거쳐 만든 차다. 황 명인은 자신의 차는 연한 노란색을 띤다고 말한다. 가마솥에서 덖은 차는 색이 짙지 않다는 것이다. 맛이 맑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우전이나 특우전, 즉 곡우 이전에 수확한 차로 만들면 더 고소한 맛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찻잎이 아미노산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감칠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음은 연향차였다. 이는 녹차를 만들어서 연꽃(백련)에 싸서 다시 말린 차다. 6월말이면 녹차 수확작업이 끝나는데 이 때 연꽃을 따서 찻잎을 넣어 채운뒤 저온에서 6개월 동안 보관한다고 임이수영 전수자가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친 차는 녹차 성분이 더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실제 은은한 연꽃향과 녹차를 같이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차는 ‘황차’였다. 살청과 민황과정을 거치면서 발효가 일어난 차다. 색도 더 진하다. 황 명인은 녹차는 음용온도를 70도로 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녹차의 아미노산이 잘 우러나기 때문이다.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 우리면 쓴맛이 도드라진다. 물론 반발효차인 황차는 70도보다 높은 음용온도로 즐겨도 괜찮다고 한다. 아미노산의 성분비가 달라서 차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