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노장 택한 KB증권…세대교체 숙제 남겼다
통합출범 후 역대 CEO 살펴보니 유능한 내부인물 연임 기조 강해 차세대 리더는 내년 이후로 기약
KB증권의 두 각자대표가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성현 대표는 대표직에 다섯 번째로 연임됐다.
두 최고경영자(CEO)의 뛰어난 실적 달성이 연임을 이끈 것으로 보이나, 업계의 세대교체 기조와 달리 당장의 성적을 내줄 노장선수 기용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KB증권은 기존 실적에 버금가는 퍼포먼스와 더불어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숙제를 안게 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김성현(IB부문)·이홍구(WM부문) 현 KB증권 각자대표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 계열사의 신임 대표의 임기는 2년, 연임하는 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CEO로서 첫 임기를 보낸 뒤 2021년부터 내년까지 총 다섯 차례 대표직 연임을 확정 지었다. 이 대표의 경우 박정림 전 각자대표의 남은 임기를 물려받은 까닭에, 올해부터 첫 임기 1년을 소화한 뒤 연임에 안착했다.
이번 KB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증권사만 유일하게 재정비를 피해 갔다. KB금융 대추위는 이를 의식한 듯 ‘경영 능력이 입증된 대표의 연임’을 후보 기준으로 가장 먼저 거론했다.
역대 KB증권 CEO의 면면을 살펴보면 KB금융은 그간 검증된 증권 내부 인사를 선호해 왔다. 박정림 전 각자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KB증권 안에서 내정된 인물들이다. 아울러 내부에서 발탁한 인사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엿볼 수 있다.
통합 KB증권(현대·KB투자증권 합병)의 첫 CEO로 취임한 윤경은·전경조 각자대표는 각각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에서 수장을 지낸 대표적인 내부 인물이다.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는 2년 임기를 보낸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대추위는 “윤·전 대표의 재선임을 고려했지만 본인들이 ‘후임에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고사했다”고 했다. 이들이 스스로 사의를 표하지 않았다면 연임이 가능했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후 대추위는 통합 2기 CEO로 박정림·김성현 각자대표를 내정했다. 박 대표는 지주와 은행에서 WM 사업을 담당한 반면, 김 대표는 과거 KB투자증권 시절부터 IB를 총괄한 경력이 있는 내부 출신이다. 통합 3기 CEO인 이홍구 각자대표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에서 모두 WM 사업을 수행한 남다른 경력이 있다.
내부 인사를 중용하는 기조는 지난해에도 재차 강조된 바 있다. 작년 대추위 측은 이홍구 각자대표를 내정하면서 “내부 인재 중심의 선순환 경영승계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계열사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이런 경향으로 경쟁사에 비해 세대교체가 늦어지는 점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성현 각자대표와 또래인 CEO들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퇴진을 결심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전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등이 있다.
이들 회사는 1960년대 후반생들에게 CEO 바통을 넘기며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아울러 메리츠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을 CEO에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 노선을 선명히 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의 CEO 내정도 대추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