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우선’ 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 짚어볼 3가지

인수 시 킥스 12%p↓ 전망 CSM 7000억 유입 예고 10년 내 인수가 80% 회수

2024-12-11     한지한 기자

“메리츠는 주당 이익 증가를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이에 도움 되는 성장에만 관심이 있다.”

지난 상반기 메리츠화재 실적발표회(IR)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MG손해보험 인수 여부를 두고 한 말이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가 주주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 판단했다. 전날 예금보험공사는 메리츠화재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말 많고, 탈 많던 이번 딜은 인수 초읽기에 돌입했다.

업계는 숫자에 능통한 메리츠화재다운 결정으로 평가한다. MG손보 인수로 인한 주요 경영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작은 것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큰 것을 챙기며 ‘이익 우선’을 실현한 모양새다.

<K-ICS>

올 상반기 말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K-ICS, 이하 킥스)비율은 36.5%다.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과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각각 3570억원과 9780억원이다.

이는 생명‧손해보험 41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메리츠화재가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인수 시 이 같은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은 각각 13조1910억원, 5조8690억원이다. 여기에 MG손보의 가용·요구자본을 단순 합산 시 킥스비율은 224.8%에서 197.9%로 26.9%포인트(p) 하락하게 된다.

단, 예보는 MG손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경영정상화 기준은 금융감독원의 킥스비율 권고치인 150%으로 필요 가용자본은 총 1조원 내외다. 그 절반가량을 예보에서 지원하는 것.

이 지원금은 메리츠화재의 가용자본으로 투입된다. MG손보는 전신인 그린화재가 그렇듯 비우량 자산과 부채만 가지고 예보로 넘어가 청산 절차를 밟는다.

예보 지원금 5000억원을 메리츠화재의 가용자본에 더할 경우 킥스비율은 205.2%로 7.3%p 개선된다. 여기에 인수가로 볼 수 있는 나머지 5000억원(메리츠화재가 투입할 금액)을 더하면 킥스비율은 212.5%까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MG손보 인수가 메리츠화재의 킥스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올 반기 말 기준 12.3%p 하락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보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 신설법인을 설립하지 않는다면 예보의 공적자금은 메리츠화재의 가용자본으로 투입된다”며 “나머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잔액인 5000억원가량은 MG손보 인수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SM>

김용범 부회장은 MG손보 인수에 최우선 고려사항을 주주이익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MG손보의 인수로 미래 수익성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MG손보의 올해 초 기준 보유계약 CSM은 6770억원이다. 올 3분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CSM은 10조6420억원으로 MG손보의 CSM을 단순 합산하면 11조3190억원이 된다.

신계약 CSM 확보 측면으로 보면 남는 장사라는 평가다. MG손보 CSM 만큼의 신계약 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수가 대비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메리츠화재가 취득한 신계약 CSM은 1조550억원이고, 이를 위해 모집비용(보험취득현금흐름)으로 1조2560억원을 사용했다. 즉, CSM 100원을 벌기 위해 120원을 썼다는 의미다.

MG손보의 CSM을 가져오는데 메리츠화재가 투입할 비용은 인수가 5000억원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100원의 CSM을 74원을 주고 사오는 셈이 된다.

<CSM 상각액>

CSM은 보험계약기간동안 매년 일정 수준 상각돼 0원으로 수렴한다. 상각된 CSM은 그 당해의 보험손익으로 귀속된다.

MG손보 인수를 통해 유입된 CSM 6770억원의 경우 메리츠화재 CSM으로 귀속, 전액 손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MG손보의 보유계약 CSM 기간별 기대손익에 따르면 향후 1년부터 5년까지 매년 평균 512억원을 보험손익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향후 10년간 상각될 총 CSM은 4174억원으로 10년간 인수가의 8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지난해 MG손보의 CSM 상각액은 470억원이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에 앞서 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실사 이후 인수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메리츠화재와 MG손보 양사간 계리적가정 등 다른 보험부채평가를 정밀하게 따질 경우 현재 최선추정부채(BEL) 규모는 달라지고, 그에 따라 CSM도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예보는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배타적 협상기간이 부여되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험계약자 보호, 예금보험기금 손실 최소화 원칙하에 새로운 회사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