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15]
인절미와 단자, 경단의 차이를 아시나요
이연순 승검초단자 명인, 당귀잎 넣은 찹쌀떡 시연 '임원십육지' 기록된 궁중·양반가 손님맞이 음식
밭에서 경작하는 찹쌀은 논벼보다 수확량이 많지 않아 예부터 귀하게 대접받았다. 그러니 찹쌀로 만든 절기음식인 떡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찹쌀로 만드는 떡 중에 널리 알려진 이름은 인절미다. 찹쌀이나 찹쌀가루를 쪄서 떡메로 쳐서 콩가루 고물을 묻힌 떡이다. 그런데 인절미 말고도 찹쌀로 만든 단자와 경단을 간혹 만나게 된다. 경단은 백일상이나 돌상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둥글게 성형하고 끓는 물에 삶은 뒤 다양한 고물을 묻힌 떡이다. 인절미처럼 떡 외부에 고물을 묻혔지만, 익반죽해서 작은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식감이 더 단단하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찹쌀로 만드는 떡 중에 ‘단자’를 소개하려고 한다. 단자는 앞서 말한 인절미와 경단과 달리 떡 속에 다양한 소를 넣는다. 귀한 재료를 넣고 만드는 방법도 특별해서 궁중과 양반가에서 주로 많이 만든 떡이다.
농림식품부에서 지금까지 선정한 식품명인은 모두 92명. 그중 떡 분야는 4명의 명인이 있는데, 단자는 승검초단자를 만드는 이연순 명인(제52호)이 유일하게 선정돼 있다. 승검초는 당귀잎을 뜻한다. 즉 당귀잎즙을 찹쌀가루와 섞어서 찹쌀떡을 만들어 그 속에 다양한 소를 넣고 밖에도 고물을 묻힌 떡이다.
지난달 30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에서 이연순 명인의 승검초단자 체험행사가 있었다. 이 명인은 앞서 설명한 단자와 경단, 인절미의 차이와 승검초단자의 역사 이야기로 체험행사를 풀어나갔다.
우선 단자는 각종 세시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동국세시기》에는 쑥단자 이야기가 실려있고, 〈농가월령가〉에는 음력 10월에 단자를 만든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승검초단자는 《임원십육지》에 기록돼 있는데, ‘신감초단자’로 적혀있다. 찹쌀과 신감초(당귀잎), 팥, 밤, 잣, 꿀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일반 여염집에선 만들기 힘든 음식이라고 이 명인은 말한다.
이 명인은 할머니로부터 신검초단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몸살이 나거나 입맛을 잃었을 때 할머니는 당귀를 넣어 만든 떡을 ‘당귀떡’이라고 부르며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당귀의 쓴맛이 싫어서 잘 먹지 않았지만, 나중에 떡을 만들게 되면서 할머니를 추억하며 신검초단자를 만들게 되었다고 이 명인은 말한다.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찹쌀가루(1kg)와 승검초(100g), 물(50cc), 설탕(50g)을 준비한다. 이와 함께 소로 쓰일 거피팥고물 재료로 거피팥(500g), 소금(1T), 설탕(1/2t), 꿀(2T)도 준비한다.
승검초, 즉 당귀잎을 깨끗이 씻어 곱게 찧어 즙을 만들고 찹쌀가루와 섞은 뒤 준비한 물과 설탕을 넣고 고루 비벼 시루에 안친다. 이때 물이 끓은 뒤에 쌀가루를 두 손으로 뭉친 뒤 올려야 한다. 찌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이어서 거피팥고물을 만든다. 우선 거피팥은 물에 4시간 정도 불려서 껍질을 없애고, 찜통에서 푹 무르게 40분 정도 쪄야 한다. 그리고 소금을 넣고 절구에 찧어서 조금 성근 채(어래미)로 내린다. 가루가 된 팥에 꿀을 반죽해서 둥근 모양으로 성형하면 소 준비는 끝이 난다. 이제 앞서 준비한 떡쌀을 조금씩 잘게 나눠서 거피팥 소를 감싸주고, 잣가루나 콩고물을 묻혀주면 승검초단자가 만들어진다.
이 명인은 당귀 대신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다며 쑥이나 어수리, 취 등을 추천했다. 손님맞이를 위해 자주 만든 떡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떡의 역사를 알고 찾았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명인은 충북 제천에서 이연순향토음식개발연구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승검초단자 이외에 인절미와 찹쌀떡을 수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