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유증 강행한다…투자자 공감대 형성엔 실패
당국, 유증 신고서 정정 요구 “투자위험 보완해 추진 예정” 정관 원칙 우회한 유상증자 추진에 투자자 분노 치밀어
현대차증권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에도 유상증자를 강행한다.
투자자들은 현대차증권의 일방적인 행보에 연일 분통을 터뜨리지만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를 계속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유상증자 공시 정정 요구에 대해 “투자 위험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라는 게 (정정 요구의) 골자였다. 유증 철회 또는 재검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공시 정정에 맞춰 유상증자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26일 유상증자 공시에서 파생된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에서 2000억원 규모(3012만482주)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공시일 기준 시가총액(2791억원)의 71.6%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자체 자금이 아닌 주주들 손을 벌린다는 점에서 거세게 항의했고 이는 주가 급락으로 직결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민원을 넣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기아 등이 유상증자에 청약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금감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1일 현대차증권에 유상증자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3월 10일까지 보완된 신고서를 내야 유상증자를 이어갈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지점은 1000억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차세대 IT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의 한 투자자는 “IB(투자은행) 확장을 위한 증권사 유상증자는 종종 봤지만 신기술 개발을 이유로 유상증자하는 건 처음 본다”며 “다른 증권사처럼 자체 자금으로 신기술 개발을 안 할 거라면 최소한 주주 배정 유증은 피했어야 하지 않냐”고 했다.
정관의 원칙을 우회한 유상증자 추진 방식도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정관(제9조 2항)에 따르면 신기술의 도입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상증자는 발행주식총수(3875만5290주)의 50%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따를 경우 발행 가능한 주식수는 1937만7645주로 이번에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보다 1000만주 이상 모자란다.
이 때문에 현대차증권은 제9조 1항(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해 신주인수 청약 기회를 부여)을 근거 삼아 주주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는 발행주식총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이 충분한 데다 유동성비율이 양호하다는 점도 투자자 공감대 형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과 이익잉여금은 각각 1조2995억·6125억원이다. 같은 기간 유동성비율은 117.2%다.
이에 대해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면 어찌됐든 자본이 깎이지 않냐”며 “그러면 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본 적정성 개선에 제한이 생길 뿐더러 신용등급 하락·조달금리 상승 등에 어려움이 생긴다. 주주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당위성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