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금지, 밸류업 묘수 될까

주주가치 제고 효과 ‘글쎄’ “자사주 소각해야 유의미”

2024-12-27     이연경 기자

정부가 ‘자사주 마법’을 제한해 밸류업(Value-up)에 기여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막는 조치일 뿐, 밸류업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대주주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기주식(자사주)에 배정된 신주만큼 신설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자사주 마법’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자사주는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이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기존에 소유한 비율대로 신설회사 주식을 나눠 갖는 분할방식이다.

예컨대 A씨의 존속회사 지분이 10%라면 신설회사 지분도 10%가 되는 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과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모든 주주권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자사주 신주배정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한 상장법인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노력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주주 지배력 확대를 막는 조치일 뿐, 밸류업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대주주 지배력을 약화하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밸류업과 유의미한 관계는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사주 마법에서는 아무런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신주배정이 무료인 반면, 제3자 배정은 유료로 확연히 구분된다. 이에 인적분할시 제3자를 배정하려면 새로 주식을 매입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만 재벌들이 주식 스왑(Stock Swap) 형태로 제3자 배정을 한다면, 공시 미비 문제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식 스왑은 기업 재무에서 하나의 주식 기반 자산을 다른 자산으로 교환하는 것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자사 주식을 취득한 후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임으로써 주주들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12월 20일까지 국내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액은 1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각액은 13조9000억원으로 2.9배 늘었다.

한편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상법 개정의 대안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는 상법을 개정할 경우 기업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