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16]
“귀한 손님 대접에 소고기 넣은 천리장 썼어요”

파평 윤씨 내림장으로 궁궐과 양반에서 쓴 고급 간장 김지나 전수자, 식품명인체험홍보관서 체험행사 진행

2024-12-29     김승호 편집위원
천리를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천리장’ 식품명인 윤왕순(왼쪽) 대둔산산내골식품 대표와 김지나 전수자가 장을 담기 위해 소금을 내리고 있다. (사진=대둔산산내골식품)

“아무 때나 먹던 장이 아니라 귀한 장이기에, 중요한 손님이 오시면 대접했던 장이에요.” ‘천리장’ 식품명인 윤왕순 대둔산산내골식품 대표의 딸이자 전수자인 김지나 씨의 천리장에 관한 설명이다.

천리장은 ‘천리를 들고 가도 변하지 않는 장’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즙장이나 깻묵장은 메줏가루를 넣어 손쉽게 제철에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었던 장이다. 하지만 파평 윤씨 집안 내림장으로 전수되어 온 천리장은 재료부터 남다르다. 감청장과 한우가 핵심재료다. 재료부터 귀하다.

감청장(甘淸醬)은 메주로 쓴 햇장을 말한다. 이 간장을 2년 이상 묵히면 중장이 되고, 3년을 넘기면 진장이라고 부른다. 해가 갈수록 진득해지고 콩의 단백질이 만들어 내는 아미노산으로 고소한 감칠맛이 많아진다고 김 전수자는 설명한다.

지난 11일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조윤주 관장)에서 궁궐이나 양반가에서만 만들었던 천리장을 소개하고 딸기고추장을 직접 만드는 행사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천리장 전수자인 김지나 씨가 진행했다.

김지나 천리장 전수자가 지난 11일 식품명인체험홍보관에서 딸기고추장 만들기를 시연하고 있다.

앞서의 설명처럼 천리장은 감청장이 중심이다. 이처럼 햇장을 사용하는 것은 소고기 가루를 넣어 함께 조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장이나 진장은 이미 시간의 흐름 속에 조려져 있어서 추가적인 조리과정을 거치면 지나치게 짠맛을 내므로 햇장을 사용한다.

천리장 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햇장을 대략 8시간 정도 졸인다. 절반 정도 조려지면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을 손질해서 넣는다. 우선 기름기와 힘줄을 제거하고 삶은 뒤 얇게 썰어 채반에 널어 햇빛에 말린다. 말린 소고기를 절구에 넣고 곱게 빻은 다음 체에 내려 가루로 만들고, 이 가루를 간장에 넣고 약한 불에 걸쭉해질 때까지 졸이면 천리장이 완성된다.

이처럼 제조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식품명인 체험행사에서 직접 체험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김 전수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날은 만들어진 천리장과 어육장을 시음했다. 소고기맛까지 보태져 풍성한 감칠맛과 짠맛이 올라오는데 떡국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국에 어울릴 맛이었다.

천리장을 설명한 김지나 전수자는 이어 판매하고 있는 딸기 고추장 만들기를 시연했다. 보통 고추장하면 찹쌀고추장을 많이 떠올리지만, 딸기 고추장은 요즘 시대에 맞춰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엿기름과 찹쌀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발효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딸기 맛이 보태지므로 과일 맛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김 전수자는 말한다.

이 고추장의 제조법(2kg 분량 기준)은 다음과 같다. 딸기(2.5kg)와 설탕(400g), 그리고 고춧가루(600g), 메줏가루(200g), 소금(240g)만 준비하면 된다. 장을 담을 때 필요한 고춧가루는 고운 가루여야 하고 소금은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한다. 윤왕순 명인은 최소 5년 정도 간수를 뺀 소금으로 모든 장을 담근다고 김 전수자는 말한다. 그리고 보통 고추장에 들어가는 메주는 된장용 메주와 달리 곡물을 섞어서 한다. 이유는 고추장에서 된장 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윤 명인의 제조법은 대두 60%에 통밀과 통보리를 각각 20%를 넣어서 고추장용 메주를 만든다. 딸기 고추장에도 이 메줏가루를 넣는다.

만드는 방법은 우선 딸기를 잘 으깨거나 간 뒤 설탕을 섞어가며 조려 준다. 딸기즙이 끓으면 한 김 식힌 뒤 체온보다 낮은 온도가 되면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저어 주면 완성이다.

제조법은 간단하지만, 쓰임새는 많다고 김 전수자는 말한다. 떡볶이 양념은 물론 각종 나물무침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