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 1년새 23조 '쑥'…적립금·수익률 1위는 어디
신한·KB국민·하나 '3강 체제' 유지 신한은 적립금,하나는 성장세 1등
뺏고 뺏기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의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적립금 규모에서 신한은행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빠른 성장세의 하나은행이 바짝 뒤쫓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78조7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55조3386억원) 대비 15.1% 증가한 수치다.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이 높은 점유율로 주도한 지 오래다. 증권업계 등이 높은 수익률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추격하는 형국이지만 은행들도 이에 대응, 아직 입지를 지키고 있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곳은 45조9153억원을 기록한 신한은행이다. 2023년 말 은행권 최초로 적립금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도 적립금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은행과 함께 오랜 기간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KB국민은행(42조481억원)과 하나은행(40조2734억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40조원선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년보다 6조6000억원 가까이 몸집을 불렸는데, 순증 규모로 따졌을 땐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이들을 뒤따르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7조988억원, 23조4550억원을 기록, 타 은행에 비해 더딘 성장세로 하위권에 위치했다.
5대 은행의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DB형 3.60% △DC형 3.43% △개인형IRP 3.23%, 원리금 비보장형이 △DB형 6.60% △DC형 10.19% △개인형IRP 9.68% 등이었다.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대체로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원리금 보장형 기준 DB형에선 하나은행(3.73%)의 수익률이 가장 우수했다. 이어 △KB국민은행(3.65%) △신한은행(3.62%) △우리은행(3.60%) △NH농협은행(3.41%) 순을 나타냈다.
DC형과 IRP형은 각각 신한은행(3.63%), 하나은행(3.32%)이 선두를 차지했다. DC형에서는 △하나은행(3.49%) △KB국민은행(3.45%)이, IRP형에서도 △KB국민은행(3.24%) △신한은행(3.24%)이 선두권에 들었다.
원리금 비보장형에선 DB형은 신한은행(7.99%)의 수익률이 타 은행을 크게 앞질렀다. DC형과 IRP형은 하나은행(12.83%·10.78%)이 높은 성적을 보였다.
원리금 비보장형에서의 상위권은 DB형 △KB국민은행(6.74%) △NH농협은행(6.31%), DC형 △신한은행(10.55%) △KB국민은행(10.49%), IRP형 △KB국민은행(10.34%) △신한은행(9.88%) 등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 간 가입차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뿐 아니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전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중인 상품을 모두 매도 후 처리해야 했지만, 이제는 투자 중인 상품을 그대로 둔 채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퇴직연금 자산형성을 돕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을 통해 차별적인 고객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진희 기자 l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