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DB 1조 늘 때 DC·IRP 16조 늘었다
잔고 100조 돌파, IRP 비중만 30% 현대차 주춤…미래·삼성·NH 등 약진
지난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에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의 자금 유입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4개 증권 퇴직연금 사업자의 전체 적립금은 103조9412억원이다. 확정급여형(DB) 잔액은 44조8442억원, DC와 IRP 잔액은 각각 27조2924억원, 31조8046억원으로 집계됐다.
DC와 IRP에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DB 잔액은 지난 2023년 말 대비 1조150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DC와 IRP는 각각 6조4351억원, 9조6158억원 증가하며 DB보다 각각 5.6배, 8.4배 더 많았다.
특정유형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지난 2023년 말 당시 전체 증권 퇴직연금의 50.4%가 DB였으나, 지난해 말엔 43.1%까지 떨어졌다. 대신 DC와 IRP 점유율이 각각 26.3%, 30.6%로 성장하며 입지를 넓혔다.
운용 비중에 따라 증권사별 희비도 엇갈렸다. 퇴직연금 DB 비중이 87%에 달하는 현대차증권의 지난 1년 동안 적립금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이는 증권 퇴직연금 사업자 중 가장 더딘 성장 속도다.
반면 총적립금 규모가 1조원 이상이며, DC와 IRP 합산 비중이 과반이 넘는 △삼성증권(28.1%) △NH투자증권(25%) △미래에셋증권(23%) △한국투자증권(22%) △신한투자증권(17.9%) △대신증권(15.1%)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시장 거래 편의성은 연금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일례로 국내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많은 ETF를 보유한 신한은행의 상품 수는 190개다.
국내 상장된 ETF 중 퇴직연금 계좌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약 800개(레버리지·인버스·위험평가액 40% 이상 파생형 제외) 전후인 것을 비춰볼 때, 은행에서 거래가 가능한 ETF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ETF 당일 매매 서비스 등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에 상장된 연금 상품이라면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가능해져 퇴직연금 사업자 간 이동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라며 “은행 등에 묶여있는 연금 투자수요가 증권사로 쉽게 넘어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 ETF 등 퇴직연금 운용에서 원리금 비보장 상품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증권사에 호재”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