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힘 못 쓰는 하나…종투사 중 적립금 최저
1년새 2천억 순증 그쳐…NH·KB·신한과 격차↑ 규모·성장 모두 밀려, “수익률 강화할 것”
하나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규모와 성장세 모두 더딘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나증권의 퇴직연금 잔액은 1조4408억원이다. 이는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퇴직연금 사업자 중 가장 낮은 적립 규모다. 같은 기준 최근 종투사로 지정된 대신증권은 총 1조8175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규모가 5조원 이상인 은행 지주계 증권사로 범위를 좁히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각각 8조1271억원, 6조6381억원, 5조7548억원이다. 하나증권보다 4조원 이상 규모가 크다.
적립 규모가 적은 탓에 성장에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퇴직연금 순증가액은 2187억원(17.9%)에 그쳤다. 반면 NH투자증권은 1조6274억원(25%),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각각 1조3623억원(25.8%), 8735억원(17.9%) 증가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퇴직연금 시장의 후발주자로 타사 대비 규모가 작아 성장 속도 또한 더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확정급여형(DB) 전용 상품 개발로 법인 자금을 유치하고, 수익률 강화를 통한 개인 고객 유치로 연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양극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일례로 지난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미래에셋증권은 총 5조4627억원의 적립금 순증을 기록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3조3779억원, 2조8648억원 순유입돼 이 부분 2·3위에 올랐다.
위 3개 증권사는 전체 증권 퇴직연금 적립금의 58.1%를 보유한 퇴직연금 강자들이다. 지난해 증권 퇴직연금 시장에 신규로 유입된 17조2015억원 중 68%(11조6954억원)가 이들에게 향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이동이 자유로워진 와중에, 연금 사업자의 적립 규모가 투자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참고 사항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적립 규모가 큰 사업자나 리테일 고객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유치전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전날 퇴직연금 신규 서비스를 오픈했다. △매매 상품 라인업 확대 △인공지능(AI) 연금 프로를 통한 맞춤 솔루션 제공 △ETF 및 리츠 실시간 매매 서비스 개선 등이 주 골자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