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위' 외치는 한국 증권가…일본과 격차는
日 노무라증권, 1920년대부터 해외 진출 지점·사무소만 33개, 순익 37%가 해외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서도 아시아 톱 티어급 증권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 확대에 제한적인 요소를 개선해 금융투자업이 고부가가치·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9월 한양대학교 채용설명회에서 “일본 노무라증권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가 아시아권으로의 도약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시아 1위 일본 노무라증권과 격차는 상당해 보인다.
19일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일본 노무라증권의 제120기(23.04.01~24.03.31) 당기순이익은 1043억600만엔(약 9915억원)이다. 이 중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338억2900만엔으로 전체의 37.2%가 일본 외 자본시장에서 나왔다. 미국과 아시아에서 각각 328억3500만엔, 188억5300만엔을 벌었고 유럽에서는 128억5900만엔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증권사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1조1123억원)의 해외법인 당기순익은 775억원으로 전체 7% 비중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노무라증권이 보유한 해외법인 및 지점과 사무소는 총 33개다. 같은 기준 국내증권사 중 1위인 미래에셋증권(13개)보다 2배 이상 많다.
주식투자 열기가 크지 않은 일본에서 세계 굴지의 증권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노무라증권은 설립부터 해외 진출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노무라증권 창시자인 노무라 토쿠시치는 ‘정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증권업은 역시 미국에서 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초기부터 증권업의 해외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1925년 탄생한 노무라증권은 창립 2년 만인 1927년 뉴욕에 주재 사무소를 세우며 해외 진출에 나선다. 전후 이후인 1960년대부터는 뉴욕, 홍콩, 런던 등 세계 주요 거점에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노무라증권은 탁월한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얻으며 ‘조사의 노무라, 정보의 노무라’라는 수식어로 인지도를 쌓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중동 부문을 인수해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은행(IB) 및 트레이딩 사업을 크게 성장시킨다.
노무라증권의 도약은 일본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나왔다. 국내 증권업계가 해외시장 진출에 고삐를 죄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 시총이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으로의 영역확장이 필수”라며 “증권산업은 시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해외시장에 고루 진출해 있으면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로 국내 영향을 덜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