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잘 버는데 주가는 왜…2위 손해보험주 가른 ‘자본력’
4년간 순익 점프한 DB손보·현대해상 투자성과는 희비…DB, 수익률·배당 압도 보험주 투자, 킥스·CSM 등 주요지표 살펴야
최근 몇 년새 탄탄한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준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지만 투자성과는 크게 엇갈렸다. 수익성 밑에 숨어있던 자본력이 주가의 성패를 갈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달 25일까지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116.9%, 5.5%다. 4년 전까지만 해도 1조원 안팎이었던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최근 4조6076억원까지 벌어졌다.
배당 격차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DB손보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배당금을 인상해 왔다. 4년간 배당금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32.6%다.
현대해상도 지난 2023년까지 배당금을 인상 지급했지만 3년 CAGR은 27.3%로 DB손보보다 낮았다. 무엇보다도 현대해상은 2024년 결산 배당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DB손보와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7722억원, 8505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 대비 각각 252.9%, 165.2% 성장했다. 하지만 주가는 과거의 수익보다 건전성과 미래 수익성 지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과 보험계약마진(CSM) 등 주요 지표에서 DB손보가 우위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23년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양사간 격차는 두드러졌다. IFRS17과 함께 도입된 킥스는 보험금 지급능력을 따지기 위한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다. 권고수준은 150%로 자본의 사외유출을 막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이는 보험사의 배당 성향이 당기순이익이나 자본의 절대적 크기가 아닌 킥스비율 여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난해 현대해상이 전년 대비 개선된 당기순익을 냈음에도 배당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까지 DB손보는 킥스비율을 200%대로 유지했고 현대해상은 150%대까지 하락했다.
킥스 도입 당시 DB손보는 킥스비율의 분자인 가용자본 증가율(164.6%)이 분모인 요구자본 증가율(93.8%)보다 높아 킥스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현대해상은 가용자본 증가율(101.6%)이 요구자본 증가율(103.3%)보다 낮아 반등하지 못했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살펴볼 수 있는 CSM 잔액도 DB손보가 현대해상 보다 약 3조~4조원 많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 DB손보와 현대해상의 CSM 잔액은 각각 12조2320억원, 8조2480억원으로 DB손보가 4조원 가까이 많다.
CSM은 부채지만 보험서비스 제공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험이익으로 상각, 최종적으로는 주주 몫인 이익잉여금(자본)이 된다. CSM의 크기가 기업가치평가의 척도로 활용되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도 실적 자체는 괜찮았으나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커서 배당가능재원이 없었다”며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감원 제도 개선으로 배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배당 불가는 현실이 됐다. 여기에 CSM 잔액 감소·킥스 비율 하락 등 재무적 지표 부진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