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뒷얘기] CFA도 어렵네…‘중고신입’도 벅찬 금융권 취업

증권·은행 등 채용 감소세 어학·투운사는 필수 변호·세무사 우대도

2025-03-12     이현우 기자

#최근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 신입으로 이직 준비 중인 ‘중고 신입’ A씨는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실감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을 졸업한 그는 투자자산운용사와 공인재무분석사(CFA) Lv1을 보유하고 있다. 토익 900점대, 신HSK 6급, JLPT N1 등 어학 실력도 출중하다. A씨는 “취업 컨설팅 등을 들어보면 증권사 취업이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한다. 추가로 자격증 공부를 더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 B씨는 “지금 공채로 오는 신입사원의 스펙을 보면 학벌과 자격증 모두 이전보다 수준이 더 높다. 현지인 수준의 어학 실력, 투자자산운용사는 기본이며 CFA Lv1 등 상당 기간 준비가 필요한 자격증을 보유한 신입사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공채 시즌이 한창이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취업준비생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증권사의 계약직 포함 총임직원 수는 3만8728명으로 2년 전인 지난 2022년(3만9634명) 말 대비 906명 줄었다. 구체적인 채용인원을 공개하지 않는 증권사지만, 업계 종사자의 감소세는 뚜렷한 모습이다.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공채 규모는 약 500여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3년 상반기 약 1000명 안팎을 채용했던 것과 대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증권사와 은행 모두 영업점 통폐합과 비대면 중심 거래 활성화로 필요 인력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금융사들이 실적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올해 채용 규모가 크게 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채용 규모를 동결 혹은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업점 축소와 디지털화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어 당분간 채용인원이 늘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 심화로 금융사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일례로 지난 10일까지 신입 행원 공채를 진행한 우리은행은 자격증 우대사항에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을 제시했다. 오는 17일까지 공채를 진행 중인 하나은행도 비슷하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신입 공채에서도 전문자격증을 우대하는 현상은 이미 일상이 됐다. 

올해는 특히 신입으로의 금융권 취업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금융권 신입 공채에서도 ‘중고 신입’ 등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기업은 퇴사 인력에 대한 충원 위주의 채용을 진행하고 현업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