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벼락 맞은 이지스, 빚보다 보증금 반환이 우선

135억 보증금이 1순위 근저당 법원, 폐쇄 명하면 보증금 반환 뒤 임차료 끊긴 채 대출금도 상환해야 침체 속 새 인수·임차인 찾기 난망

2025-03-13     박이삭 기자
홈플러스 전주효자점 건물의 등기부등본 발췌. 임차권자인 홈플러스가 1순위 근저당권자로 명시돼 있다. 선·중순위 대주인 삼성생명과 농협·SBI저축은행의 근저당권 순위는 그다음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한 홈플러스 전주효자점 건물의 1순위 근저당권은 금융사에 갚을 대출금이 아닌, 홈플러스가 이지스자산운용에 낸 보증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홈플러스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은 법원 조정에 따라 홈플러스에 보증금을 돌려준 뒤 대출금까지 막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13일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근저당권의 1순위는 ‘홈플러스 주식회사’다. 홈플러스가 전주효자점 임차권으로 걸어 놓은 보증금은 135억원인데 이 금액이 최우선 근저당권 및 채권최고액(채권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최고액)으로 설정돼 있다.

2순위 근저당권 주체는 전주효자점 건물의 선순위 대주로 알려진 삼성생명이다. 지난 2017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전주효자점 건물을 인수할 당시 삼성생명은 825억원의 대출금을 빌려 줬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중 36억원만 갚은 상태다. 남은 대출 원금은 789억원이고 이에 대한 이자는 올해 기준 연 6.1%다.

그다음 근저당권 주체가 전주효자점 건물의 중순위 대주인 농협은행과 SBI저축은행이다. 2017년 이지스자산운용은 농협·SBI저축은행으로부터 총 250억원의 대출금을 빌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두 금융사에도 돈을 못 갚고 있다. 남은 대출금 250억원의 이자는 올해 기준 연 7.6%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들 금융사의 자금과 홈플러스가 낸 보증금, 일반투자자의 돈 667억원 등 총 1877억원을 동원해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샀다. 아울러 그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이지스코어 리테일 부동산투자신탁 126호’ 공모펀드를 조성했다.

본래 이지스자산운용은 2020년 안에 건물을 팔아 엑시트(투자금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부동산 침체로 건물 매각이 어려워져 펀드 만기는 2028년으로 연장된 상태다.

현재 홈플러스가 내는 임차료(연 80억5000만원) 등 펀드에서 나오는 이익금은 선순위 대주(삼성생명)의 대출금 상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은 임차료 수익에 따른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엑시트는커녕 일방적인 보증금 반환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로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한 푼이라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절차에서 전주효자점의 폐점이 결정되고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홈플러스에 보증금을 돌려주게 된다. 그러면 임차료 수익은 끊기는데 금융사에 빌린 대출금은 계속 갚아야 한다. 부동산 침체로 새로운 임차인이나 건물 인수자를 찾기도 난망한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자기들 소유 건물의 매장을 대상으로 먼저 구조조정에 나설 것 같다”면서도 “회생절차하에서 법원 허가에 의해 전주효자점 등 홈플러스가 임차한 매장이 문을 닫을 경우 대출금 변제에 앞서 보증금 반환이 먼저 이뤄진다”고 말했다.

다만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는 건 아니고, 미납 임차료나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또는 발생시킨 손해 등을 보증금에서 공제해 반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