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배당 재개 가능할까…관건은

당국, 해약준비금 적립비율 20%p↓ 위한 킥스비율 기준치 15%p 내외 낮췄지만 전례 없는 ‘기본자본비율’ ‘조건부증권’ 변수

2025-03-14     박영준 기자

한화생명이 다시 배당할 수 있을까.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관건은 보험업권에 전례 없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킥스비율) 규제와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향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 제외 항목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하향(100%→80%)을 위한 지급여력비율 기준치를 현행 대비 15%p 내외 낮춘 170~180%로 정할 방침이다.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내 권고치를 확정한다. 이러한 자본규제 완화 추진 발표가 있었던 지난 12일 한화생명의 주가는 4.7% 상승한 2675원에 마감됐다. 배당 재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말 기준 한화생명의 킥스비율은 각각 165.0%(잠정)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하향을 위한 킥스비율에 5~15%p 모자란 상황이다. 한화생명이 규제 완화 효과를 보려면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8000억원 내외의 자본 확충이 필요(작년 3분기 말 요구자본 기준)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자본비율 규제, 불확실성↑


당국은 올 상반기 내 기본자본킥스비율의 기준치도 확정할 계획이다. 하향 예정인 킥스비율 권고치(130~140%)의 절반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글로벌 사례로는 유럽의 솔벤시2나 캐나다의 LICAT이 기본자본비율 규제 수준으로 70~80%를 제시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기본자본킥스비율은 79.4%다. 비슷한 수준의 보험사는 푸본현대생명(80.8%), IBK연금보험(75.4%), 처브라이프생명(77.4%) 등 중소형사 뿐 대형사는 대다수 100%를 웃돈다. 한화생명 입장에선 배당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기본자본의 추가 하락도 예고돼 있다. 이달 시행되는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는 기타포괄손익을 갉아먹는다. 대다수 생명보험사는 작년 말보다 킥스비율과 기본자본킥스비율이 함께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화생명의 배당 재개 시나리오로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기본자본 확대→킥스비율 개선’에 무게가 실린다. 배당재원을 늘리기 위해선 이익잉여금 확보가 우선이다. 하지만 순이익을 높이려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다간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가능이익은 오히려 감소한다. 대주주 역시 배당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증자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방법은 조건부 자본증권…변수는


기본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자본증권은 보험업권에 발행 사례가 전무한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으로, 일명 코코본드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강제 상각 또는 보통주 전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거나 보통주로 흡수되면 투자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또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삽입돼 있다면 기본자본이 될 수 없다. 

이자비용 역시 기본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배당 형태다. 이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발행도 불가능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배당가능이익이 없는데 조건부 발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의 한도는 최대 1조9000억원 수준(킥스상 요구자본의 10~15%)이다. 한화생명이 현재까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이달 발행을 앞둔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 조항으로 전액 보완자본에 속한다.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의 흥행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기본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은행 역시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첫 코코본드였던 KB금융지주의 수요예측에서 몰린 기관투자 자금은 4050억원이다. 발행 목표액과 동일한 액수지만, 6000억원까지 열어둔 증액은 포기했다. 금리 역시 밴드(3.30~4.00%) 상단인 4%대로 결정됐다. 이렇다보니 신한·하나금융지주 역시 비슷한 금리대와 금액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졌다.

차후 진행될 우리·DGB금융지주 각 2700억원, DGB금융지주 1000억원 등 코코본드 발행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비싼 금리를 내놔도 시장서 외면하는 탓이다. 스텝업이 없는 상태서 채권만기가 영구적(30년)인 건 투자자 입장에서 조기상환(콜옵션) 미이행 가능성을 높인다. 상반기 내 발표될 기본자본킥스비율의 기준치 준수 여부도 변수가 된다.

한 상장 보험사 관계자는 “기본자본킥스비율의 기준치가 나온다는 건 (자본증권 발행 시) 맞춰야 할 규제비율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당장 발행 물량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출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발행 이자율 역시 부담이다. 현재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에는 회사 대비 2노치(notch) 낮은 신용등급이 부여되고 있다. 하지만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현재까지 보험업권서 발행 사례가 없다. 이에 기존 신종자본증권에서 1~2노치 추가 하향도 예견되고 있다. 회사 신용등급 대비 4노치 하향이다. 이미 은행 조건부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이 일반 회사채 대비 3노치 낮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전례가 없다보니 가늠하기 어렵다. 통상 은행의 코코본드는 신종자본증권 대비 1노치 하향”이라며 “다만 은행은 이자비용 산정에서 부실 시 국가의 자본투입 가능성을 포함한다. 보험사는 이자비용 계산의 시작점이 달라 (신종자본증권 대비) 2노치 하락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지난 13일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에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각각 1노치씩 상향한 ‘AAA(안정적)’ 등급을 획득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등급은 ‘AA+(긍정적)’였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