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 18] 식품명인체험, 임화자 명인 육포로 첫 시작
황해도 풍천 임씨 집안 제조법으로 2016년 명인 돼 소금·천초로 밑간 양념 사용한 염포방식으로 만들어
간식이나 가벼운 술안주로 자주 찾는 육포는 얼마 전까지 손님 접대용 음식이나 선물용으로 전하던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도 무늬를 넣어 장식한 육포는 폐백용 음식의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있다.
육포는 쇠고기 등의 고기류를 오래 두고 식량으로 쓰기 위해 얇게 저민 뒤 약간의 양념을 해서 말린 고기를 뜻한다. 특별한 유래가 따로 있는 음식은 아니다. 원시 수렵시대부터 사냥해서 먹고 남은 고기를 자연 건조시켜 비상식량으로 축적한 것이 지금까지 음식 문화로 남은 것이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신라 문무왕의 결혼 선물에 ‘포(脯)’가 들어 있었으며,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도 ‘포’가 등장한다. 선물과 잔치 음식으로 오래전부터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북촌에 있는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관장 조윤주)은 올 첫 명인체험행사를 임화자 식품명인(제72호)의 육포 만들기로 시작했다. 이날 임화자 명인은 전수자인 딸 노진아 씨와 함께 육포 만드는 법과 폐백용 육포 장식법을 시연한 뒤 시민들의 체험을 진행했다.
임 명인의 육포 제조법은 황해도 풍천 임씨 집안에서 내려오던 방식이다.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육포 제조법을 지금은 우시장으로 유명한 전남 함평에서 만들고 있다.
임 명인이 처음 육포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73년이다. 주변에서 폐백용 장식 솜씨가 뛰어나 사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육포 사업은 2016년, 육포 부문 최초의 식품명인으로 연결되었다. 임 명인만의 제조법이 독특하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보통 육포는 간장으로 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간장을 쓴 육포를 ‘장포’라고 하며 개성식 육포가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소금을 사용한 육포를 ‘염포’라고 하며 임화자 명인은 이 방식을 따른다. 여기에 보태 임 명인은 쇠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 천초를 사용한다.
육포로 쓰는 고기 부위는 예전에는 ‘우둔살’이었으나 최근에는 ‘홍두깨살’을 쓴다고 한다. 소의 영양상태가 좋아 우둔살에도 지방질이 생겨 육포용으로 좋지 않다는 것이 임 명인의 설명이다.
임 명인의 육포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기를 3mm 정도로 얇게 저미고 이를 찬물에 2~3분 정도 넣고 핏물을 제거한 뒤 채반에 건져 수분을 뺀다. 이때 육수에 양념을 넣고 채반에 건져둔 고기를 2~3시간 정도 재우는데 주물러 주면서 고르게 양념이 배도록 만든다.
육수는 양파, 대파, 다시마, 마늘, 건고추, 디포리 등을 우려내어 미리 준비해두고 육포용 양념은 소고기 1kg 기준으로 배즙(1컵), 청주(반컵), 소금(7g), 꿀(3큰술), 천초(2g), 집간장(1큰술), 물엿(2큰술)을 넣어서 만들면 된다.
이제 육포를 만들기 위해선 건조과정이 필요하다. 임 명인의 집안에서 해오던 방식은 고기를 널 수 있도록 격자모양으로 대나무 대롱틀을 만들어 주고 양념한 고기를 실로 받쳐 나무틀에 늘어지게 걸어준다.
육포 건조틀 주변은 광목천으로 두르고 밑에는 솔잎을 넣은 화로에 불을 피워 건조 시간 내내 솔잎 연기를 고기에 쐬어준다. 이처럼 훈연시키듯 육포를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거공간에선 전통방식으로 육포를 만들 수 없어서 기계의 힘을 빌어 만든다. 가정용 건조기에 넣고 60℃에서 6시간 건조하면 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남은 양념을 수시로 발라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양념도 고루 배고 틀어진 모양도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조기가 없으면 고기를채반에 넣어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곳에 말려주면 된다.
꾸덕하게 마른 육포는 비닐에 싼 뒤 무거운 물체로 눌러 하루 정도 두면 완성된다. 육포를 맛있게 먹으려면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으면 된다. 한편 임 명인의 육포는 임화자전통식품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