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 판 증권가, 형사고소는 보류
주관사 신영증권 “고소 안 했다” 다른 판매사도 신영 기조 따라가 사기죄 혐의 입증 어렵다고 판단
홈플러스 채권을 주관 발행·판매했던 증권사들이 홈플러스를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하나·유진투자·현대차증권 등 홈플러스 채권을 팔았던 증권사들은 당장 홈플러스를 상대로 형사고소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증권사를 포함해 총 10개 이상의 국내 증권사가 홈플러스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증권(ABSTB) 발행 주관사였던 신영증권 관계자는 “당사를 중심으로 증권사 연대를 꾸려 홈플러스를 고소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령 후속조치가 있다 해도 각 증권사의 개별적 대응일 뿐 연대를 이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신영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 ABSTB 판매사 중 하나인 A 증권사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고소를 진행하지 않았다는데 판매사가 따로 고소를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고소 추진에 난색을 표했다.
다만 “홈플러스가 해당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우선변제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해 왔다”고 부연했다. 다른 판매 증권사 역시 고소장을 내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증권사가 형사고소를 주저하는 이유는 홈플러스의 사기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홈플러스·MBK파트너스가 채권을 판매하기 전부터 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절차 준비에 들어갔다면, 이는 특정경제범죄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정경제법죄법 제3조는 사기죄를 범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얻은 자에게 가중처벌을 내린다고 명시한다. 이득액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홈플·MBK가 기업회생 가능성을 미리 인식하거나 절차 준비를 했다는 걸 입증하려면 관련 자료를 증거로 제시해야 하는데 증권사가 이를 얻을 방법이 없다.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의 경우 수사기관이 법적 요건을 충족할 때 가능한 일이다.
신영증권 측은 혐의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 홈플러스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고소를 보류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가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고소 가능성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홈플러스는 “증권사가 발행한 ABSTB 투자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ABSTB의 기초자산인 카드사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함용일 부원장 산하 ‘홈플러스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실무 총괄은 이승우 공시조사 부원장보이며 불공정거래조사반·검사반·회계감리반·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으로 구성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검사·회계심사 등을 신속히 진행해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