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사업보고서에 찍힌 ‘무해지’ 낙인

감사인 적정 의견 이면엔 "해지율 예외모형 불확실" 담겨 금감원 “적정성 지속 검토할 것”

2025-03-21     박영준 기자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계약부채 이행현금흐름 산출 시 적용한 예외모형에 의한 해지율 가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롯데손해보험 작년 결산 사업보고서에 담긴 외부감사인의 감사 의견 내 강조사항이다. 적정 의견이지만, 예외모형 채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칙모형 사용을 권고해온 금융감독원은 감사 의견과 별개로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사용된 계리가정의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21일 롯데손보에 따르면 전날 공시된 2024년 사업보고서 내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상품의 계리가정으로 ‘예외모형’이 사용됐다.

이를 통해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2532억원으로 원칙모형 사용(1조9737억원) 대비 2796억원 늘었다. 잔여보장요소 내 최선추정부채(BEL)와 위험조정(RA)은 원칙모형 대비 각각 3438억원, 175억원 줄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2억원을 기록,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원칙모형 적용 시 당기순손실은 329억원이다. 모형 선택에 따라 571억원의 이익을 지킬 수 있었던 셈이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험계약집합에서 손실부담액이 인식되면 즉시 비용 처리돼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즉 롯데손보의 무·저해지 보험계약집합 중 571억원어치가 원칙모형을 사용할 땐 손실계약이었단 의미다. 그간 모형 선택을 놓고 금감원과 줄다리기를 벌였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당장 ‘적정 의견’을 따낸 롯데손보 입장에선 한시름 놓았다. 단, 사업보고서 내 무·저해지보험의 계리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담겼다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롯데손보 감사의견에 대해 “의견변형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예외모형을 적용한 결과가 여러 불확실성을 내포한다고 적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출신 회계사는 “예외모형의 불확실성을 언급하지 않기엔 감사인도 책임을 피할 장소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 측은 원칙·예외모형과 상관없이 가정은 추정치에 불과해 불확실성은 내포돼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중요한 추정을 적용할 때 재무제표 주석에 불확실성을 내포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라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가이드라인 적용은 매우 중요한 추정이기에 감사인이 감사보고서상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유일 예외모형 사용이 굳어지면서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무·저해지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보험사에 “당장의 실적 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칙모형 사용을 압박했고, 대다수 보험사가 연말 결산에서 이를 따랐다.

당시 금감원은 두 모형간 차이를 분기별로 보고받고, 이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선택한 롯데손보만 조치가 집중될 처지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롯데손보의 예외모형 선택에 따른 연말 킥스비율 변동성을 우려한 금감원이 수시 검사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 발행 예정이던 후순위채 역시 막혔다.

금감원 보험검사2국 관계자는 “감사 의견과 별개로 예외모형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저해지보험 계리가정의 불확실성은 추후 매각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손보가 예외모형 사용으로 손실이 확정된 계약규모를 당장 줄였다 해도 원칙모형을 쓰는 보험사가 인수 시 즉시 손실로 반영돼 순이익을 깎아먹는다. 이는 현 보험회계 하에서 계리가정의 불확실성이 큰 보험사를 인수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론된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정밀 실사가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도 메리츠화재의 계리가정으로 MG손보의 계약을 평가할 때 즉시 인식할 손실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