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대리인단 등에 업은 메리츠의 홈플 ‘딜레마’
세종·광장·태평양 14명 선임 회생채권신고서 제출은 아직 선순위 수익권 행사와 현실적 리스크 사이에서 고심하는 듯
홈플러스의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주된 배경이다.
27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메리츠금융 등 홈플러스 29개 채권자의 법률대리인에 법무법인 세종·광장·태평양이 선임됐다. 세종·광장·태평양의 담당변호사는 각각 7명, 3명, 4명 등 총 14명이다.
메리츠금융은 회생법원에 회생채권신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오전 기준 회생채권신고서를 낸 채권자는 8인에 불과하다.
회생절차신고서란 회생절차에 참여하는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다. 채권의 상세내역과 더불어 채권자가 법원에 요구하는 사항, 기타 참고 사항 등이 담긴다.
업계에선 신고서 작성에 대한 메리츠금융의 숙고가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와 현실적인 문제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앞서 증권·화재·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3사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홈플러스는 부동산신탁사와 체결한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담보로 제공했다.
메리츠금융은 이에 대해 “신탁사의 담보 가치가 약 5조원으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홈플러스의 모든 부동산은 신탁에 담보로 제공돼 있으며 메리츠금융은 해당 신탁에 대해 1순위 수익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익권 행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와 무관하며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즉시 담보 처분권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메리츠금융의 이런 설명은 지난 2003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신탁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신탁부동산 저당권의 경우 회생계획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이 수익권을 행사하면 홈플러스는 자기가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매장 폐쇄와 홈플러스 및 협력업체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회생에 실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메리츠금융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수익권 행사를 밀어붙이는 대신 회생절차 안에서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의 대출 잔액·금리를 깎거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야 하는 가능성이 생긴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처럼 MBK파트너스가 아닌 채권자의 뼈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메리츠금융이 회생절차에 참여하면 경영진이 배임죄 혐의를 입을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기업법무 전문인 노윤상 변호사(법무법인 정윤)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존재하므로 이번 건을 배임죄로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