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병주의 홈플 사재 출연은 자본시장법 위반일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약간의 소음(some noise)’으로 규정한 건 그의 다층적인 감정을 함축하는 것 같다. 방어적 자기 합리화, 사회적 압박과 고립감,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불안, 언론 불신 혹은 피로감, 책임 전가 욕구, ‘위기는 곧 지나간다’는 식의 프레임 전환 시도.
그는 책임감과 자기 방어 사이의 양가감정을 느끼는 걸로 보이는데 이를 해소할 사재 출연 규모는 최소한의 요식행위에 머무르고 있다. 비난을 잠재우기보다는 대외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신호 수준이다. ‘불가피한 결과였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건 아니다’라는 자기 합리화가 사재 출연의 동기(動機)를 억압하고 있나.
일각에선 김 회장이 사재 출연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자본시장법 55조를 꼽는다. 투자자 손실에 관한 금융투자업자의 사후 보전 행위를 금지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 법조문은 MBK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 MBK는 금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금투업자는 ‘금융투자업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금융위에 등록해 이를 영위하는 자’를 뜻한다. 여기엔 금투업자로 활동하기 위한 여러 요건과 자격이 수반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증권·자산운용·투자자문·신탁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MBK는 엄밀히 말해 금투업자가 아닌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의 업무집행조합원(GP·genaral partner)’이다. 물론 GP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집합투자업 라이선스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MBK의 지위가 금투업자의 법적 정의에 딱 들어맞진 않다.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자 홈플러스 대표인 김광일 MBK 부회장을 비롯해 초호화 법률가로 무장한 MBK가 이런 사실을 더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MBK가 금투업자였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치밀한 법 논리를 갖춘 이들은 자기들이 금투업자라고 강조하며 사재 출연의 불가능함을 주장하고 남았을 수 있다.
그간 김 회장과 MBK는 금투업자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지 않은가. 오랫동안 그가 누린 자유로움이 전방위적으로 요구되는 고통 분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모두가 수긍할 만한 사재 출연이 이뤄진다면 그의 재산은 이전보다 훨씬 줄지언정, 그는 앞서 언급한 모든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