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독주 미래에셋증권…적립·유입 모두 1등
총적립금 30조 돌파…DC·IRP만 5조 몰려 증권사 실물이전 수혜, 성장세 은행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에서 ‘1강’ 자리를 공고히 했다. 가파른 성장세로 2위권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30조5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44억원 증가했다. 총적립금과 자금 유입 모두 국내 14개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 중 1위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4개 분기 동안 DC와 IRP에만 각각 2조3170억원, 3조3424억원의 적립금이 들어왔다. DB에서는 655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준 2위권인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도 3종(DB·DC·IRP) 합계 각각 9668억원, 3조1098억원, 3조4451억원이 유입됐으나 미래에셋증권에 못 미치면서 지난해 1분기 9조원 안팎이었던 1·2위권 간 격차는 올해 1분기 13조원까지 벌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5년 말 퇴직연금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장에 진출해 DC와 IRP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과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장기 수익률 관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의 DC와 IRP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1년 수익률은 각각 12.17%, 12.48%로 각각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규모가 큰 증권사로 자금 유입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핵심은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에서 원리금 비보장 상품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가 추후 자금 유치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퇴직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이 증권사의 신용평가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퇴직연금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증권사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와 경상적인 이익창출력 보완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연금 머니무브 향방에 따라 수익 기반 및 사업 안정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증권사의 경우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증권사 퇴직연금 성장률이 은행권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14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107조6188억원으로 전 분기(103조9412억원) 대비 3.5% 성장했다. 같은 기준 은행권은 228조9986억원으로 전 분기(225조7684억원) 대비 1.4% 성장에 그쳤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