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콜노트]
또 나온 김용범의 쓴소리...이번엔 '예상 손해율'

합의된 추정 방식 없어 회사간 비교가능성 저해 "비합리적 추정은 향후 매출 증대 유혹, 출혈경쟁 초래할 것"

2025-05-14     한지한 기자
(사진=메리츠금융지주)

한동안 실적발표회(IR)에서 잠잠했던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금번 IR서 폭탄발언을 내놨다. 이번엔 예상 손해율이다.

앞서 지난 2023년 실손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한 논쟁에 "조잡한 이익부풀리기"라고 발언하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만큼 금번 발언도 향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이날 오후 열린 메리츠금융지주 실적발표회에서 김용범 부회장은 "이번 보험사 공시 강화를 통해 확인한 장기 손해율 가정들을 검토해 본 결과 전체적인 회계적 정합성은 아직 70%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말 결산부터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시점 손해율인 실적손해율과 향후 보험기간 전체를 바탕으로 추정한 예상 손해율을 공개해오고 있다. 또 손해율 1%포인트(p) 변동에 따라 예상되는 보험부채의 민감도도 보여준다.

김용범 부회장 발언이 있기 전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는 메리츠화재 손해율 가정이 높은 것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 말 기준 실적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은 각각 90%와 104%로 14%p 차이가 난다"며 "당사는 5년 통계를 기반으로 손해율 증가 추세를 반영해 예상 손해율을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시된 결과를 기초로 당사의 가정 수준을 평가하면 절대 기준에서 최선 추정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상대 비교 수준에서는 매우 보수적"이라며 "이는 당사의 실적 손해율이 타사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에 예상 손해율은 타사보다 5~8%p가량 높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사별로 회사별 추정치가 다른 점에 대해 김 대표는 예상 손해율을 추정하는 합의된 방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사별로 편차가 매우 커 비교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현실에서 비슷한 실적 손해율을 가진 A, B, C사가 있다면 A사는 손해율 증가를, B는 유지를, C는 감소를 가정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결과 사별로 예상 손해율 차이가 10%p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사의 예상 손해율 1%p당 보험계약마진(CSM) 민감도는 7000억원이다"며 "결국 대차대조표상 최선추정부채(BEL)와 CSM의 규모 전환배수로 표현되는 신계약 수익성의 차이는 예상 손해율의 차이고 가정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범 부회장은 "당초 예상 손해율은 한 해가 끝날 때마다 예실차로 손익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최근 실적에 따라 가정이 수정되는 등 자동 보정장치가 있어 자의성이 개입하기 어려울거라 판단했었다"며 "그러나 현시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에 장기 손해율 가정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데 각사의 방식이나 관점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상품이 대동소이하고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실적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 간의 차이가 너무 크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김 부회장은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 손해율 가정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 비합리적인 추정이 이익은 단기에 실현하고 손실은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점에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리면 장기 상품 수익성이 높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고 가격 할인을 통한 매출 증대의 유혹을 일으켜 출혈경쟁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23년 김 부회장은 IR 때마다 폭탄발언을 내놔 업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줬다.

지난 2023년 1분기 당시 IR에서 김 부회장은 "보험사들이 무해지보험 해지율을 과도하게 높게 잡아 보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출혈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같은 해 상반기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산출 논란이 일었던 당시 IR에서 김 부회장은 "(업계 내) 조잡한 이익 부풀리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지난 2년간 금융당국의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신설, 공시 강화를 추진해왔고 실손 손해율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 양상이다.

업계는 김 부회장이 예상 손해율을 꺼낸 만큼 향후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김용범 부회장이 또 다시 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