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이자에도 '해외 신종' 택한 한화생명

자본성증권 발행 4조 웃돌아 이자비용만 연간 2320억 수준 한화 "국내선 조달 어려워… 재투자로 초과 이익 낼 것"

2025-06-24     서영준 기자

한화생명이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잇따라 발행하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발행한 해외 신종자본증권은 높은 금리로 인해 또 다른 자본건전성 지표인 기본자본킥스비율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최근 10억 달러(한화 약 1조365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연 6.3% 금리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 금리(연 4.6%)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가산금리는 연 2.292%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약 2%포인트)를 고려하면 평균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번에 발행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859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화생명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2023년 이후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약 3조원의 자본을 조달했는데, 이에 따른 평균 부담 이자율은 4.9%에 달한다. 이번 신종 발행과 기발행 증권을 모두 더하면 연간 이자비용은 232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번 자본성증권 발행은 금리상향조정(step-up) 조건이 붙은 비조건부 신종자본증권으로 전액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킥스비율 계산 시에는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이자비용이 기본자본 내 이익잉여금을 지속해서 줄이며 기본자본킥스비율을 악화시킨다.

한화생명은 국내선 소화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 발행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만큼, 발행 효율성을 따져 해외 시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자금은 미국 국채 등 다른 투자처에 재투자해 이자비용 이상의 수익을 거둘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운용을 통한 수익성 제고 차원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킥스 비율 권고치를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하는 대신 기본자본킥스비율 중심의 감독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인 규제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외 규제 사례로 50~70% 수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한화생명의 올 1분기 기본자본킥스비율은 64.7%로 작년 말 대비 9.1% 악화했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141.4%, 교보생명 144.5%, NH농협생명 180.0%, 신한라이프 104.2% 등 대다수 100%를 웃돌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서영준 기자 seo0703s@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