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노리는 키움·메리츠·하나·신한…내부통제 부실 ‘걸림돌’

4개사, 자본 4조원 충족했지만 오너리스크·회사 자금 유용 등 정성평가서 결격 가능성 상존

2025-07-16     김세연 기자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4곳은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지정 및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기업 금융 확대를 위해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신규 초대형 IB를 8년 만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내년에는 인가 및 지정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증권사들은 올해를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조속히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본인가 신청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가 심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다. 올해 전산장애, 오너리스크, 임직원 비리 등 당국이 엄격하게 평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제시한 명확한 심사 요건은 내부통제, 자본 요건(4조원) 충족, 이해상충 방지체계다. 객관적인 지표는 신청 시점에서의 자기자본 4조원이다. 

내부통제와 이해상충 방지체계는 사업계획과 사회적 신용으로 구성된다. 두 조건 모두 정성적 평가로 보통 투자자 보호와 신뢰도 제고를 위한 법규 준수, 리스크 관리, 대주주 적격성 등을 판단할 것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잦은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전산장애 민원 13건으로 증권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다시금 떠올랐다. 최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대규모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1년 만에 또 한 번 논란이 된 것이다. 

하나증권에서는 임직원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이달 11일 금융감독원은 제재 공시를 통해 하나증권 과장 A씨에 감봉 3개월과 과태료 100만원 부과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A씨는 2018년 6월부터 2년간 배우자 명의의 타 증권사 계좌를 이용해 총 1억7400만원 규모의 상장 주식을 매매하면서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을 위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신용도 회복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직원은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해당 임직원은 현재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당국의 추가적인 제재가 예상되고 있다.

이후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대규모 금융사고인 만큼 수익 확보와 신뢰 회복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 요건 등의 정량적인 것 외 내부통제나 기타 요소들의 정성적 지표는 심사하는 사람의 재량”이라며 “신청 증권사가 모두 인가되는 것은 알 수 없지만 연내 종투사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초대형 IB에 지정되면서 발행어음 인가 사업을 진행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당시 재판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자 하반기 발행어음 인가 재도전에 나섰다. 

대한금융신문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