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기 숨기고 손익 날조한 직원들…신한투자 해외ETF 손실은폐 전말

1심 판결문 보니 피해액만 ‘3천억’ 기존 손실추정액 두 배 웃돌아… 엑셀·메신저로 회계 손익 조작 허위 청산으로 손실 재부각되자 또 다른 허위 거래 등록하기도

2025-07-24     박이삭·김세연 기자

작년 신한투자증권에서 벌어진 손실 사고의 피해액이 총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알려진 손실액 1300여억원의 2배를 훨씬 웃돈다.

사고를 저지른 직원들은 엑셀·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손실을 은폐하는가 하면 손익 날조를 통해 본인들뿐 아니라 다른 부서원·본부장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조작했다. 이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자기들의 승진과 고액의 성과급을 위한 행위였다.

부하 직원이 상급자에게 범행의 구체적 방법을 제안하는 대담함도 드러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들이 구한 용서를 받지 않았다.


손실 숨긴 이유 ‘부서 전체 성과급 못 받을까봐’


24일 대한금융신문이 입수한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인선물옵션부 과장 조모씨·팀장 이모씨 등 2인이 투기 거래로 일으킨 손실액은 총 294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승진을 하거나 고액의 성과급을 받으려면 부서 수익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주식·선물에 대한 투기 거래를 일삼았다. 이들의 본래 업무인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와 무관한 행위다.

회삿돈으로 투기 규모를 크게 키운 시점은 지난 2022년 11월인데 그로 인해 165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들은 해당 손실이 성과급 업무를 하는 전략기획부에 제출될 경우 자기들을 포함한 부서원 전원이 성과급을 못 받는 문제를 우려했다. 손실이 반영되면 부서 영업수익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ETF 관련 스왑·주식·선물 등의 손실이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조작해 전략기획부에 제출함으로써 성과급을 지급받기로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들은 해외 상품 손익을 조작할 수 있는 내부통제 허점을 악용했다.

국내 ETF 수익의 경우 내부 전산망에 기록된 관리회계 손익을 통해 손익을 산출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반면 해외 ETF의 경우 해외 시장 평가 시점이나 결제방법 차이로 인해 관리회계 손익과 실제 손익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총 1085억원의 손익을 조작한 자료를 엑셀 파일·메신저 쪽지로 작성해 전략기획부에 보냈다.

이들에게 속은 전략기획부는 엑셀 파일을 토대로 해당 부서의 관리회계 손익을 수정해 줬다. 이후 전략기획부는 총 4억8000여만원의 성과급을 줬을 뿐 아니라 나머지 부서원과 본부장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했다.


“헤지 포지션 있나요?”…당황한 일당의 조작 도미노


이들의 충격적인 범행은 작년 8월부터 어그러졌다.

지난해 8월 2일 조모씨는 앞선 투기 거래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얻을 목적에서 회삿돈 1조2158억원으로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했다. 그러나 8월 5일 블랙먼데이로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1289억원의 추가 손실을 입었다.

그다음 달인 작년 9월 4일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 재무관리부는 조모씨에게 손실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청했다.

조모씨 등은 1289억원의 손실마저도 은폐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다음날인 9월 5일 13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스왑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회사 전산에 허위 등록했다. 실제로 1300억원의 스왑 거래를 체결한 사실은 없었다.

허위 거래를 등록하는 과정은 간단했다. 먼저 조모씨가 거래사와의 텀싯(Term Sheet·거래 조건을 담은 문서)과 거래사 담당자 명의의 이메일을 허위로 작성한 다음 전산망에 거래일·스왑단가·매매수량 등을 입력해 1차 승인을 한다.

팀장인 이모씨는 실제 스왑 거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2차 승인을 한다. 그런 다음 결제업무2부 직원으로 하여금 허위 거래에 대한 3·4차 승인을 하도록 함으로써 스왑 거래 등록을 완료한다.

그로부터 3주 남짓 흐른 9월 23일 조모씨는 리스크관리부로부터 앞선 스왑 거래를 헤지할 만한 상대 포지션이 있는지 문의를 받았다. 조모씨는 팀장 이모씨와 공모한 뒤 9월 30일 스왑 거래 청산이 이루어진 것처럼 전산에 허위 등록했다.

하지만 스왑 거래 허위 청산으로 인해 1289억원의 손실이 다시 부각됐다. 이들은 해당 손실을 재차 숨기기 위해 10월 2일 허위 스왑 거래를 다시 등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이들의 범행을 적발한 시점은 10월 10일이다.

판결문은 “이모씨는 책임자였음에도 조모씨에게 조작할 최종 금액을 정해 줬고 조모씨는 그 지시에 따라 실제 조작 행위를 담당했다”며 “조모씨는 범행 동기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팀장에게) 구체적인 범행의 방법을 제안했고 스스로 이를 수행했다”고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모씨는 일부 금액을 공탁했으나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거절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유정훈 판사는 이들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이들에게 구상권 청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제 막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이라 실제 구상권 행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투자증권의 ETP LP 업무는 여전히 중단 상태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