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우리술 398]
국제 주류 품평회서 인정받은 우리 증류주

세계 대회에서 인정받은 술 맛으로 국내 시장 노크 증류소주·오크통숙성소주·브랜디 등 주종도 다양

2025-07-26     김승호 편집위원
▲ 신생 양조장은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권위로 메우기 위해 다양한 국제 주류 품평회에 출품해 상을 받아왔다. 사진은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세계 증류주 대회와 국제 와인 증류주 대회에서 상을 받은 술 중 일부이다. 왼쪽부터 주연향의 ‘야수G53·야수R53’, 브리즈앤스트림의 ‘번트메밀40·번트보리25’, 산막와이너리의 ‘환희’, 예산사과와인의 ‘추사50 배치1·추사40’, 다농바이오의 ‘가무치 43·능화’, 모월의 ‘모월인’, 화심주조의 ‘화심소주 군고구마’다.

입맛은 보수적이다. 우리는 대체로 새로운 맛은 경계하며, 익숙한 맛에 관대하다. 먹는 음식이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맛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취하게 됐다. 물론 태도의 편차는 존재한다. 개방적인 문화권에서 성장하거나 다문화가 자연스러운 곳에선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음식을 수용한다.  

술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는 술을 우리는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맛의 발란스가 있고 술맛이 있다. 그 범위에 있는 술이라면 모를까, 만약 범위 밖에 있는 술이라면 낭패를 보게 된다. 심지어 술에는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마셔서 기분이 언짢아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특히 안전을 걱정해야하는 야만의 시대에는 더욱 낯설고 확인되지 않은 술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술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다른 음식보다 더 보수적으로 형성됐다고 말할 수 있다. 

권위가 입맛에 앞선다

이처럼 까다로운 입맛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권위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어떤 음식이나 음료의 맛에 관한 판단이 이뤄지기 전에, 외부에서 해당 식음료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회적 평판이나 브랜드 파워 또는 권위있는 사람과 집단의 판단을 대입시키는 순간 사람들은 보수적인 입맛의 장벽을 스스로 내려놓는다.

사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미쉐린 스타가 부여된 레스토랑은 당연히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진행된 캘리포니아공대의 연구에선 사람들이 와인 가격에 따라 좋은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비싼 와인이라는 사실을 듣고 마시면, 심지어 쾌락 관련 중추신경이 더 활성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마치 사회학 이론에 등장하는 ‘권위에 대한 복종’처럼 우리의 입맛은 권위 앞에서 무력하다. 같은 개념의 연장이겠지만, 우리는 화폐가치나 물건에 부여된 사회적 지위를 보고 소비를 결정하는 ‘명망 소비’에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경험적으로 권위가 부여된 물건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우리 술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은 대형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 시절부터 국민과 함께 애환을 같이 나누며 성장해 왔다. 당연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이 기업들이 만든 소주와 맥주, 그리고 막걸리를 가장 많이 찾는다. 수십 년 동안 마셔 왔기에 이 기업의 술맛에 길들여져 왔다.

이같은 소비성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획일화된 술맛보다 개성을 강조한 술이 주목받았다. ‘크래프트’ 문화의 확산 덕분이었다. 사람의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간 술이 더 맛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결국 진가를 알아 본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도 조금씩 형성됐다. 프리미엄 막걸리와 소주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술맛이 좋아도 보수적인 입맛을 이기진 못했다. 전통적인 주류시장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양조장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주류 품평회에서 상을 받는 방법이었다. 이같은 전략을 선택한 양조장들은 대부분 업력이 짧다. 마케팅 비용도 변변하게 지불할 수 없다. 따라서 국제대회에서 받은 상을 이름표로 내걸고 소비자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과 대만 위스키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야마자키와 닛카, 그리고 카발란은 더 유명해졌다. 우리 양조장의 술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은 현재까지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한 제품들이다. 더 많은 술들이 상을 받았지만, 지면 관계상 일부 양조장의 술을 소개한다.

충남 예산의 예산사과인이 생산하는 ’추사40‘, ’추사50 배치1‘, ’추사50 배치3’.

예산사과와인 ‘추사50·추사40’

와이너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증류소라고 이름 붙여야 할 만큼 주력 제품은 사과를 증류한 브랜디들이다. 예산사과와인(대표 정제민)의 이야기다. 현재 예산사과와인에서 생산하고 있는 사과 증류주는 ‘추사 50’, ‘추사40’, ‘추사백(40%, 25%)’ 네 종류다. 추사50과 추사40은 상압증류 방식으로 증류해서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이다. 추사백은 부드러운 목 넘김을 위해 감압으로 증류한 술이다.   

예산사과와인이 생산하는 증류주는 올해 3개 주류품평회에서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추사50 배치1’은 ‘세계 브랜디 어워즈(WBA)’에서 골드와 함께 스타일 위너를 받았으며 국제 와인 증류주 대회(IWSC)와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대회(SFWSC)에선 각각 실버를 받았다. 이 술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차, 그리고 포트 캐스크에서 2차 숙성한 술이다. 이와 함께 추사40과 추사백도 각각  WBA와 IWSC, SFWSC에서 모두 실버와 브론즈를 받으며 술맛을 인정받았다. 

인천 강화도에 있는 주연향에서 생산하는 증류소주 ’야수G53’, 야수S53, 야수53‘.

주연향 ‘야수S53·R53·G53’

강화도에 있는 주연향(대표 김양식)은 처음부터 국제대회를 염두에 두고 증류주를 개발했다.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쌀을 베이스로 해서 차조와 인삼, 고구마를 부재료로 선택해 3종류의 소주를 만들고 있다. 당화발효제는 누룩이며, 발효와 숙성 기간을 길게 잡은 것이 특징이다. 100일 동안 발효한 뒤 상압증류기로 내려 항아리에서 1년 숙성한다. 

교동도의 차조, 강화도의 6년근 인삼, 그리고 고구마를 사용한다. 강화도에 양조장을 차린 까닭도 원하는 부재료가 강화도에서 다 나오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술은 모두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차조와 인삼을 넣은 야수R53과 야수G53은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 대회와 런던주류품평회에서 더블골드와 골드를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수상했다. 고구마로 만든 야수S53도 2025년 샌프란시스코 대회에서 실버를 받았다. 

강원 인제에 있는 브리즈앤스트림에서 생산하는 ‘번트메밀40’과 ‘번트보리25’.

브리즈앤스트림 ‘번트보리25·메밀40’

강원도 인제에 있는 브리즈앤스트림(대표 남구)은 증류주의 향기를 잘 살리는 증류소로 최근 MZ세대로부터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알람빅 스타일의 단식증류기를 사용하고 있며, 증류주의 직관적인 향기를 모으기 위해 원재료를 굽는 형식으로 1차 가공한 뒤 양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술이름에 ‘번트’라는 단어를 넣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술을 만드는 주재료는 벼농사가 많지 않은 곳답게 잡곡을 주로 쓰고 있다. 쌀은 인제산을 사용하지만 메밀과 보리는 각각 춘천과 양양산을 사용한다.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술은 보리와 메밀을 사용한 번트보리25와 번트메밀40이다. 두 술 모두 2023년과 2024년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 대회에서 골드와 실버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쌀로 만든 보드카인 ‘쇼어레드’는 올해 대회에서 실버를 수상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모월에서 생산하는 ‘모월인‘.

모월 ‘모월인’

강원도 원주의 모월(대표 김원호 대표)은 원주 토토미로 술을 빚는다. 모월의 특징은 원주의 발효에 진심을 다한다는 점이다.

이양주 방식으로 빚은 발효 술덧은 최대 2~4개월 정도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친다. 숙성 온도는 20℃다. 사용하는 누룩의 양은 밑술의 5~7% 정도. 누룩을 많이 넣지 않고 발효하므로 기간을 길게 가져간 것이다. 숙성까지 마친 술은 상압증류로 두 번 증류한다. 좀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함이다. 본류는 알코올 도수 45%까지만 취한다. 

따라서 깔끔한 술맛을 인정받아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을 받기고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세계증류주 대회와 국제 와인 증류주 대회, 몽드셀렉션에서 더블골드, 브론즈, 골드를 각각 수상했다.  

충북 충주에 있는 다농바이오에서 생산하는 ‘가무치 43‘과 ‘능화’.

다농바이오 ‘가무치 43·능화’

충북 충주의 다농바이오(대표 한경자)는 ‘오크통숙성소주’로 주목받는 증류소다. 독일 코테사의 16단 컬럼 증류기를 처음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술의 주종은 모두 3종류다. 증류식소주 ‘가무치’와 사과 증류주 ‘능화’, 그리고 오크통숙성소주인 ‘수록’. 가무치는 알코올 도수 43도와 25도 두 종류를 생산하고 있고 능화는 화이트버전과 오크숙성 버전을 가지고 있다. 시그니처 상품인 ‘수록’은 현재까지 ‘시그니처블렌드 1장:서막’과 ‘마스터피스 아쿠아비테’ 두 종류가 시장에 나왔다. 

다농바이오의 술 중에서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술은 모두 세종류. 증류식 소주인 ‘가무치 43’과 사과 증류주인 ‘능화’. 그리고 ‘수록’ 출시 이전에 한정판으로 선보인 오크통 숙성소주 ‘낫포세일’이다. 10여 종 이상의 낫포세일 중 수상작은 ‘낫포세일 65번’이다. 각각 ‘골드 아웃스탠딩’과 ‘실버’, ‘브론즈’를 수상했다.

경기 구리에 있는 화심주조가 생산하는 ’화심소주 군고구마’.

화심주조 ‘군고구마·군쌀’

화심주조(대표 오수민)는 업계 처음으로 군쌀과 군고구마로 소주를 만들었다. 원재료를 볶아서 향미를 북돋운 뒤 양조에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나머지 양조 방식은 위스키 생산 방식과 동일하다. 오수민 대표가 증류를 배운 곳이 스코틀랜드의 아드벡 증류소였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효모도 스코틀랜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효모를 택했다. ‘MG+’라는 이름의 위스키 효모다. 이 효모를 넣어 약 96시간을 발효시킨다. 증류기는 감압방식의 단식 증류기다. 이 증류기로 위스키를 만들 듯 2차례 증류한다. 오 대표가 감압 방식을 선택한 것은 음용성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심주조의 술 중 수상한 제품은 화심소주 ‘군고구마’와 ‘군쌀’ 두 종류다. 모두 알코올 도수 40%의 술이며 군고구마는 지난해 국제 와인 증류주 대회에서 골드를 받았으며, 군쌀은 같은 대회와 샌프란시스코 대회에서 실버를 받았다.

충북 영동에 있는 산막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브랜디 ’환희’.

산막와이너리 ‘환희’

크지 않은 증류기다. 과실 증류주를 만드는데 최적화된 100리터 사이즈의 알람빅 증류기에서 내렸다. 그래서 ‘수제 브랜디’라는 말이 오히려 어울리는 술이다. 

이 증류기로 포도를 증류한 산막와이너리(대표 안성분, 충북 영동)는 지난 2023년 국제 와인 증류주 대회에서 브론즈를 수상했다. 이 상은 국산 포도 증류주 중 유일하게 국제대회에서 받은 상이기도 하다. 흔히 알람빅 증류기는 과일 증류주에 특화돼 있다고 한다. 이 증류기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증류한 뒤 프랑스 오크통에서 약 14개월 이상 숙성한 술이다. 

산막와이너리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레드와인 ‘비원’과 ‘비원퓨어’, ‘초련’을 출품해 실버와 브론즈를 받기도 했다. 

밀과노닐다 ‘진맥소주·시인의 바위’

경북 안동의 밀과노닐다(대표 김선영)는 유기농 밀로 소주를 내리는 곳이다. 이름은 ‘진맥소주’다. 고조리서인 ‘수운잡방’에 나와 있는 소주이기도 하다. 밀과노닐다에선 현재 밀소주인 진맥소주(53%, 40%)와 이 술을 오크통에서 숙성한 ‘시인의 바위’와 ‘진맥소주 오크’ 네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밀과노닐다의 진맥소주와 시인의 바위는 2021년부터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아왔다. ‘진맥소주53’은 샌프란시스코 국제증류주대회에서 2021년부터 3년 내리 더블골드를 받았고, 2022년에는 런던 증류주대회에서 골드를 받았다. 또한 알코올 도수 40%의 ‘진맥소주’는 같은 대회에서 2024년과 2025년 더블골드를 받았다. 오크통 숙성버전인 ‘시인의 바위’(54.5%)도 2022년과 2025년 더블골드를 수상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