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번갯불 콩 볶듯 주는 게 IMA인가요
“앞으로는 지주 계열 대형 증권사만 살아남을 겁니다. 리테일, 자산관리(WM) 전 부문을 운영하는 회사죠. 중소형사는 차별점 없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나는 미팅 자리에서 만난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새 정부 증시 부양책으로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수혜는 대형사로 쏠린다. 퇴직연금 등 대부분 사업 분야에서 이미 우위를 점한 대형사는 정책 효과를 등에 업고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 정책은 격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7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업 경쟁력을 높여 경제 성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초대형 IB,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추진한다는 곳이 핵심이다. 당국이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한건 각각 8년, 4년 만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심사 조건이다. 물론 금융업에서 자본력과 건전성 확보는 필수지만 인가 기준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갑작스럽게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개정 이후 인가 조건에는 두 회계연도 연속 자본 유지, 사업계획, 사회적 신용 요건 등 양적요건과 질적요건 모두 추가한다. 단계별 인가도 최소 2년 이상 순차적으로 영위해야 한다. 기존에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내부통제만 통과되면 상대적으로 쉽게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본 대형사들은 인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초대형 IB·발행어음이 없는 삼성, 하나, 메리츠, 신한, 키움이 관련 인가를 신청했고, 미래에셋·한국투자는 IMA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은 IMA 신청을 위해 6500억원 유상증자까지 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한 경쟁이 더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중소형사의 종투사 인가 신청은 전무했다. 튼튼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와 달리 지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여파를 이제야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가 여부는 곧 증권사의 경쟁력이다. 발행어음 인가만 있어도 자기자본 2배 한도로 1년 내 만기 어음을 발행해 IB 수익을 키울 수 있다. 발행어음 보유 여부에 따라 대형사 간 수익성 격차도 크다.
올해 대형사가 신규 인가를 따내면 시장 격차는 더 벌어진다. 라이선스 구조가 대형사에 고착되면 증권업은 과점 체제로 간다. 대형사 중심 혁신이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경쟁 부재로 소비자 선택권 축소와 서비스 획일화를 불러올 수 있다.
증권업은 본질적으로 인가 산업이다.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이 대형사 전용 무기가 되지 않도록 중소형사에도 숨통을 틔울 정책이 필요하다.
대한금융신문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